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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빈부 격차’ … 해법은 인터넷 강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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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21면

지난 11일 서울 미래로에듀 본사에서 노진덕 원장이 원격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오전 6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겨울 점퍼에 후줄근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해 지원자 45만 명 중 43만 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지만 대부분의 수험생은 ‘1년만 더’를 외치며 노량진을 떠나지 못한다. 이른바 ‘공시족’으로 불리는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원격교육 전파하는 노진덕 미래로에듀 원장

1980년부터 30여 년간 교육행정공무원을 지낸 노진덕(61) 미래로에듀 원장은 “노량진을 떠도는 ‘공시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어렵게 취업을 준비했던 본인에게 공무원이란 천직과도 같지만, 수많은 ‘공시족’이 노량진에서 청춘을 보내는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노 원장이 공무원시험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공공성과 접근성, 비용절감의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원격교육이 이런 현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두 자녀를 둔 입장에서 노량진·신림동 등 ‘고시촌’으로 몰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물론 본인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 그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이 섰다면 상관없지만, 다들 가기 때문에 나도 가야 한다는 결론은 잘못된 것 같다. 198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근무하면서 원격교육의 위대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무원시험 역시 원격교육을 통해 준비한다면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 온라인 강의는 현장 강의에 비해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다.
“물론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교육학자 에드거 데일이 69년 제시한 ‘경험의 원추 모형’을 봐도 시청각 자료를 통한 원격 교육이 직접 경험을 제공하는 현장 강의와 비교해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 역시 강사와 학생 간의 소통을 강화한다면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사이트의 경우 현장 강의를 제공하는 일반 학원과 연계해 그 점을 보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던 학생이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면 해당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실시간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원격교육의 장점을 꼽는다면.
“낮은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성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교육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직접 강의를 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방식이라면, 원격교육은 일단 콘텐트를 제작하고 나면 언제, 어디서든 다수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본집약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래로에듀가 제작한 공무원시험 강의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한 기초생활수급자나 보훈대상자들에게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만 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가.”

-원격교육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
“23년간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교육행정공무원으로 근무했지만 나 역시 방송통신대의 학생이기도 했다. 80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방통대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6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연세대와 광운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도 받게 됐다. 원격교육이 일을 하면서도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형편이 어려워 공부하기 힘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현재 경기도 광명시·서울 도봉구와 협약을 맺고 무료로 수업을 받을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사이트에서는 공무원시험 강의뿐 아니라 민간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에 개인별 역량에 맞는 온라인 교육을 잘 선택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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