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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헬스] 감기 막아주는 겨울무 … 시래기는 뼈 건강에 좋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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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22면

봄무에서 겨울무까지 사계절 무가 있다. 선조들이 건강에 가장 이로운 무로 친 것은 겨울무다.

“겨울에 무,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 “겨울무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인삼 먹은 것보다 효과가 있다” 등 겨울무를 예찬하는 속담도 많다. 겨울엔 무를 과일처럼 깎아 먹으면서 “동삼(冬蔘, 겨울철 삼)을 먹는다”며 뿌듯해했다. 엄밀히 말하면 겨울무가 다른 계절의 무보다 영양적으로 특별히 더 나을 까닭은 없다. 채소가 귀한 겨울이면 비타민·미네랄 섭취가 힘들었던 조상들에게 겨울무는 고마운 존재였을 터다.

대부분의 겨울무는 김장철에 나온 가을무를 잘 보관한 것이다. 수분이 많은 무는 냉해(冷害)를 입기 쉽다. 얼면 무 조직이 파괴되므로 겨울엔 얼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마치 골다공증에 걸린 뼈처럼 무에 바람이 들기 때문이다. 신문지·비닐 등으로 잘 싸서 낱개 포장한 뒤 시원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무청을 잘라내는 것도 무 뿌리에 바람이 드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영양적으론 흰 뿌리보다 푸른 잎(무청)이 낫다. 배추 말린 것이 우거지라면 무청 말린 것은 시래기다. 둘 다 나물로 먹거나 국·찌개에 넣는다. 과거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김장을 담그면서 우수리로 얻어지는 것을 말려 쓴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웰빙 식품으로 거듭났다. 비타민 C(항산화 효과)·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 기형 예방) 등 비타민은 물론 칼슘(뼈 건강 유지)·칼륨(혈압 조절)·철분(빈혈 예방) 등 미네랄과 식이섬유(변비 예방·혈중 콜레스테롤 저하)가 풍부한 것으로 밝혀져서다.

시래기를 주로 얻기 위한 시래기무도 있다. 당연히 뿌리는 작고 무청은 무성한 것이 특징이다. 몇 시간을 삶아도 억세고 질기다면 시래기무가 아니라 다 자란 무에서 얻은 시래기이기 십상이다. 뿌리가 거의 다 자라서 근육질 남성의 ‘알통 다리’처럼 비대해지면 무청이 억세지기 때문이다.

겨울무는 설날·정월 대보름의 천연 소화제로 손색이 없다. 무 속에 전분 분해 효소(아밀라아제)를 비롯해 다양한 소화효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옛말은 이래서 나왔다. 밥·떡을 과식했을 때 무즙·무채·무동치미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무는 감기 예방·치료에 이로운 채소다. 무에 풍부한 비타민 C가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를 돕는다. 한방에선 감기에 걸려 기침이 날 때 생무를 추천한다.

파·마늘을 듬뿍 넣은 콩나물국과 더불어 애주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채소가 무다. 무의 비타민 C가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도와서다. 무에 든 아밀라아제는 음주 뒤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덜어 준다.

무와 ‘찰떡궁합’인 식품은 밥·떡 등 탄수화물 식품이다. 생선과도 잘 어울린다. 생선회나 구이에 간 무나 무채를 올리면 비린내가 가시고 식중독도 예방할 수 있다. 무의 매운맛 성분(시니그린)이 식중독균을 죽이는 작용을 해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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