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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분기 순익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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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악화해 가계와 기업이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은행들이 돈을 떼이거나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재무상태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도 크게 하락했다.

은행 부실 채권은 SK글로벌을 포함할 경우 2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여서 은행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부실 채권 처리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실적이 악화되면 그만큼 가계나 기업에 돈을 빌려줄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주름살이 낄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 순익 급감=금융감독원은 18일 국내 은행권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이 4백65억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천8백억원을 벌었던 것과 비교하면 40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산업(4천7백억원).외환(1천9백억원).제일(6백억원) 등 3개 은행은 적자를 냈다.

은행 순이익이 급감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라 빌려준 돈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업 대출에서 8천1백억원의 손해를 봤으며 신용카드 대출에서도 6천7백억원을 밑졌다. 가계대출에서는 4천1백억원의 이익을 보기는 했지만 1년 전에 비해 이익 규모가 43%나 줄었다.

은행들의 실적은 2분기 이후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이 SK글로벌에 빌려주거나 보증을 선 금액은 5조3천4백억원이나 되는 데 이 중 1분기에 손실로 처리된 것은 6천6백억원밖에 안된다. 앞으로 SK글로벌의 처리 향방에 따라 나머지 4조6천8백억원 중 상당부분이 추가 손실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 채권 급증=은행 부실 채권은 지난 3월 말 18조7천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3조6천억원이나 늘었다. 이미 부실이 발생했거나 그럴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은행들이 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로 분류한 대출금을 모두 합친 것이다. 전체 은행 대출 중 부실 비율은 2.7%로 전년 말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대부분 은행들은 SK글로벌에 빌려준 돈을 잠재적인 부실 위험이 있다는 뜻의 '요주의'로 분류하고 아직 부실로 보지 않고 있다. SK글로벌 여신이 부실화된다면 은행권의 전체 부실 채권은 22조~23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우리은행의 1분기 부실 채권 증가율이 20%를 넘어선 가운데 조흥.하나.신한.한미은행에서도 10% 이상 부실 채권이 늘어났다. 시중은행 평균으로는 부실 채권 증가율이 17%를 기록했다.

금융연구원 이병윤 박사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부도 기업이 급증하고 가계 부실도 커지고 있어 은행 부실 채권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조흥은행을 제외한 6개 은행의 BIS 비율이 하락했다. 일부 은행의 BIS 비율은 위험 수준에 다가서고 있어 시급히 주식이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증권)을 발행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각 은행에 BIS 비율이 최소한 8%, 가급적 10% 이상 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지난 16일 1천억원어치의 하이브리드 증권을 발행했으며 국민은행 등도 하이브리드 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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