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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바둑 60년… '1인자 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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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바둑의 일인자 계보는 조남철 9단-김인 9단-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으로 이어진다. 서봉수 9단과 유창혁 9단도 한국바둑의 세계 제패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지만 일인자 계보엔 들지 못한다. 이런 연유로 4일 11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바둑 60주년 기념식에서 핸드 프린팅을 하는 기사는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 4명뿐이다.

한국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 9단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올해 82세. 노환으로 외부 거동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낸다. 그는 일본식 프로바둑을 한국에 이식했고 스스로 초창기 프로바둑에서 무적의 강자로 군림했다. 동시에 그는 신문사를 찾아다니며 프로기전을 만들고 외부 유력자를 영입하는 등 보급과 경영까지 도맡아야 했다.

1966년 23세의 김인 9단이 국수전 9기 연패의 조남철을 꺾고 새 국수가 된다. 신문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이 사건과 함께 조남철 시대는 저물고 김인 시대가 시작된다. 고향인 전남 강진에서 바둑판 하나만 달랑 들고 서울에 온 소년 김인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70년대 초에 접어들며 김인 시대가 어수선해졌다. 불과 2단인 대전 출신의 무명기사 서봉수가 명인 타이틀을 따내고 일본 유학파인 윤기현 9단,하찬석 9단이 강세를 보이는가 하면 정창현 7단과 김희중 9단까지 타이틀 보유자 대열에 끼어들었다.

군 복무를 위해 일본에서 돌아온 조훈현이란 천재가 73년 김인을 꺾고 첫 타이틀을 따낸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10년간 바둑 공부를 한 그는 무서운 스피드로 11개 국내 타이틀을 모두 석권해버린다.

무적 조훈현과 끝없이 싸운 유일한 적수가 바로 서봉수 9단이다. 세 판 두면 두판을 지고 한 판은 이겼다. 15년에 걸친 조(曺)-서(徐)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88년 22살의 신예 유창혁 9단이 조훈현 9단을 꺾고 대왕 타이틀을 따낸다. 15년 만에 나타난 신예강자였다. 그리고 이듬해 전주에서 온 14세 바둑 천재 이창호가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사상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운다.

이창호는 91년 왕위전에서 스승 조훈현과의 피말리는 승부 끝에 4대3으로 이긴다. 이 승리를 기점으로 조훈현 시대는 저물고 이창호가 일인자의 자리에 올라선다. 이창호는 92년 17세 때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웠고 94년엔 거의 모든 국내 타이틀을 손에 넣는다.

그렇다면 이창호의 후계 자리, 즉 사상 다섯번째 일인자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첫손에 꼽히는 기사는 비금도 천재 이세돌 9단이다. 그러나 부산의 최철한 9단과 서울의 박영훈 9단도 최근엔 거의 대등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 이창호를 놓고 트로이카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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