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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 있었기에 … ’ 한국인 정체성 돌아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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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6월 총리 후보에 올랐다 사퇴한 문창극(사진) 전 중앙일보 주필이 『문창극의 역사 읽기』(기파랑)를 출간했다.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이끈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시도다. 그는 서문에서 “지난해 여름 나는 개인적으로 시련을 겪었다. (…) 그 사건의 밑바탕에는 잘못된 국가관과 역사관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고치지 않고는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책 쓴 동기를 밝혔다.

 책은 서재필을 비롯해 이승만·안중근·김구·안창호·박정희 등을 조명했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이승만의 생애와 그가 옥중에서 집필한 『독립정신』의 내용을 검토하며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우리가 해방 후 대한민국을 세울 수 있었고, 6·25 전쟁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국회가 결의한 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꾼 부산 정치 파동, 삼선 개헌의 문을 연 사사오입 파동 등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행동은 비난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 시대의 역할을 다한 비전을 가진 용감한 인물이고 그러기에 결점이 있으나 존경받을 지도자”라고 평했다.

 책은 역사적으로 크게 조명받지 못한 인물도 재평가했다. 간도에 명동학교를 세운 김약연, 일제 강점기 실력배양 운동을 펼쳤으나 말년에 친일 행보를 보인 윤치호 등이다. 윤치호에 대해 “일제에 협력하는 가운데서도 민족을 위해 좀 더 나은 길을 모색했다면, 주구(走狗)처럼 협력했던 사람의 삶과는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결론 부분에서 “역사는 순환하며 흥망성쇠의 사이클이 있다. 우리를 흥하게 만든 정체성을 계속 지켜가야만 후손들도 계속 흥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우리 선현들이 어떤 고난을 겪으며 이 나라를 만들어놓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전수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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