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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세금체납 선거벽보에 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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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 정세균 의장 현충원 참배
열린우리당 신임 당의장으로 선출된 정세균 원내대표(오른쪽)가 2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공직선거법 및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이 올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야가 앞다퉈 제출한 개정안들은 '투명한 후보자 정보 공개로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럼에도 내용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17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을 겨냥한 인상이다. 여야의 반응이 민감한 이유다. 그래서 여야가 지방선거.대선을 앞두고 고지 선점을 위해 법적 환경 정비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맞불 작전=선제 공격은 한나라당이 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선거 전담재판부' 설치안을 들고 나왔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상대 후보에게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와 정당은 24시간 안에 증거를 제시해야 하고, 전담 재판부가 이를 판단토록 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이 반격했다. 이 당의 서울시장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김한길 의원이 1일 대표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고위 공직자와 선거 후보자가 재산 형성 과정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일엔 한나라당이 재반격했다. 최근 정책위의장을 사임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맹형규 의원 등 여야 의원 19명은 2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맞불 성격이 짙다는 평이 나온다.

맹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의 핵심은 선거벽보에 후보의 전과기록 등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선거의 선거벽보에 재산.병역, 최근 5년간 세금 납부, 체납 실적과 함께 전과기록 등 인적사항을 기재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맹 의원은 "개정 선거법에 따르면 책자형 선거공보에는 후보자의 자세한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지만, 선거 기간 유권자들이 가장 손쉽게 접하는 선거벽보엔 규정이 없어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국보법 위반 등의 전력이 많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열린우리당에서 차기 대선과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이해찬 총리, 김영춘 의원 등은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전과가 생겼다. 이 국보법 위반 등 전과는 한때 '훈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두터워진 보수층의 정서로는 훈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 '선거방송 공정성'=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2일 공직선거법 및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선거후보 예정자의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각종 선거 후보가 선거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에 따른 방송.토론.대담을 제외한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을 금하고 있다. 방송 사업자는 선거 기간 중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치 못하도록 했다. 특히 후보 단일화 토론 방송을 못하게 못박았다.

이는 16대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토론 방송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토대로 한다. 이런 개정안들은 이번 정기국회 때 심의될 예정인데, 상임위 논의 과정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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