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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의 예술극장「판」문닫을 위기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회색빛의 삭막한 영동의 아파트촌에 문화예술의 싹을 심으리라는 기대 속에 지난7월1일 개관된 예술극장「판」(강남구 신사동·대표 채일병)이 문을 닫을 위험에 놓여있다.
원인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극장을 운영해 나가는데 필요한 한달 평균 2백50∼3백만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장장 김기주씨 등 실무진은 10월 프로그램을 전혀 계획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판」은 1일부터 일부 손질이 필요한 내부수리에 들어갔다.
지난 7월1일 전통 타악기연주회인 사물놀이의 밤을 첫번째 공연물로 출범한 예술극장 「판」은 이어 김소희 판소리, 이매방 이동안 전통무용, 이정희 현대무용, 국수호 한국무용, 그밖에 재즈실내악연주 등 12개의 개관기념 프로그램으로 제법 알차게 공연했다.
이어 박순복 독창회, 안신희 현대무용, 윤복희의 뮤지컬 등 지난 9월30일까지 총27개의 프로그램을 공연랬다. 관객동원에도 비교적 성공한 편이어서, 개관기념 프로그램 때는 1백50개의 좌석이 모자라 혼잡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입장료 수입만으로 프로그램진행과 극장운영비를 충당하기에는 태반이 부족한 것이 현실. 8월의 경우 6개 프로그램 진행비가 약3백69만원, 9월에는 9개 프로그램 총 운영비가 5백28만원이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진행비와 입장료만을 계산하면 8월에는 약10만원, 9월의 경우 약 35만원의 적자로 비교적 적자폭이 좁아 전망이 있다는 것이 실무진의 얘기다. 그러나 극장임대료 월50만원, 관리비 10만원안팎, 5명의 스탭들 인건비 1백50만원등 약 2백50만∼3백만원이 추가로 계산돼야한다.
그러나 운영자 측이 이렇다할 운영자금의 마련 없이 의욕만으로 시작한 것이어서 입장료수입조차 당초 극장설비 때 밀린 빚갚는데 전용되는 등으로 하여 8월 중순께부터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실무진과 운영진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판」의 대표 채씨는『휴관기간 중「판」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실무진과 의논해 보겠습니다. 주인은 바뀌어도 예술극장「판」은 살아남아야 할 것 아닙니까』라면서 팔아버릴 의사를 간접으로 비쳤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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