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혁신도시·쌀개방… 지방은 지금 '시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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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31일 경남도 김채용 행정부시장(오른쪽에서 둘째)이 혁신도시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려 하자 탈락한 김해시의 시의원들이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회견장 진입을 막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방은 지금 '시위 몸살'
방폐장 유치, 혁신도시 선정 등을 둘러싼 마찰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시스템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충남 서천군 주민 1000여 명이 31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인접한 전북 군산시에 방폐장이 들어 설 경우 서천군민이 피해를 본다며 유치 반대 시위를 벌였다(위). 같은 시각 군산시에선 송웅재 시장권한대행 등 방폐장 유치 찬성 측 인사 10명이 방폐장 유치를 기원하는 삭발식을 했다(아래). 김태성 기자, N-POOL 전북일보 = 안봉주 기자

전국 곳곳이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실시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 주민투표를 앞두고 유치신청 지역 간은 물론 같은 지역에서도 찬.반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발표로 촉발된 혁신도시 후보지를 놓고도 기초지자체들은 자기 지역 유치를 외치며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폐장.혁신도시 선정이 끝나더라도 탈락 지역의 반발이 계속되는 등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다 쌀협상의 국회 비준을 저지하려는 농민시위까지 가세, 방방곡곡에 구호와 고성이 오가고 있다.

◆지역감정까지 들춘 방폐장=31일 방폐장 유치전에 나선 경주와 군산.포항.영덕에는 주민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군산에선 1만여 명이 모였고 영덕에선 6000여 명이 유치를 결의했다.

지역 간 대결이 첨예해지면서 지역감정 망령도 되살아나고 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경주역 앞에서 삭발과 단식 농성을 벌였다. 경쟁 지역인 군산에서 '배터진 경상도 지금도 배고프냐? 방폐장 양보해라'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을 정부가 수수방관한다는 항의였다. 송웅재 군산시장대행도 31일 유치결의를 다지기 위해 삭발했다.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군산 핵대책위 관계자 30여 명은 31일 오전 7시 나운동 극동주유소 네거리에서 '노숙 노상 소복투쟁'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충남 서천군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군산 핵 폐기장 유치 반대 범서천 연대'를 비롯한 1000여 명은 31일 오후 2시 과천 산업자원부와 중앙선관위 앞에서 '방폐장 주민투표 전면 무효 결의대회'를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등 100여 시민단체도 31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폐장 부지 선정 주민투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혁신도시는 불쏘시개"=경남도는 31일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106만 평을 혁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했다. 그러자 도청으로 몰려온 김해시의원들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심사를 벌였다"며 혁신도시 선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사천시민참여연대 박종순(71) 대표도 "사천시 탈락은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므로 혁신도시 선정 철회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혁신도시 선정이 소지역주의 때문에 주민 간 갈등.반목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원도는 혁신도시입지선정위원들이 특정 대학 소속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잇따르자 지난달 28일 위원 20명 모두를 해촉했다.

◆쌀시장 개방 농민시위=31일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 충남도연합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충남도 내 10개 시.군에서 쌀 9만여 섬을 쌓아둔 채 시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천안.서천 등 일부 시.군에선 밤샘 천막농성도 벌이고 있다. 한농연 충남도연맹 김지식(43) 회장은 열린우리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15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전농과 한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가톨릭농민회 등 7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비상대책위'는 3일 차량을 이용해 고속도로에서 행진하는 등 차량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대구 지방자치연구소 김진복(64.행정학 박사) 소장은 "방폐장이나 혁신도시 결정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인데도 지자체에 떠넘겨 문제"라면서도 "규정에 따라 결정된 사항은 존중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송의호.김상진.김방현 기자 <yeeh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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