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여권, 정치공작으로 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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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와 강재섭 원내대표(가운데)등 의원들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최근 대법원이 안풍(安風)사건 무죄 판결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다시금 '공작정치 척결'을 부르짖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5월에도 병풍(兵風)사건, 기양건설 로비 의혹 사건, 설훈 의원이 주장한 이회창 후보 측 20만 달러 수수설 등을 2004년 대선 때 벌어진 '3대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하며 특검제 도입을 요구했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31일 의원총회에서 "안풍 사건은 2001년 초 국회법 날치기, 의원 꿔주기, 각종 게이트 등으로 정권이 위기를 맞자 국면 전환을 위해 벌인 전대미문의 정치공작"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김 총장은 "안풍은 불법 도청에 연루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의 재임기간에 벌어진 사건으로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안풍.병풍.총풍 등 정치공작으로 정권을 잡은 여권이 차기 대선에서도 공작을 안 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여러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대통령선거 전담 재판부'설치 안이다. 대선 기간에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와 정당은 24시간 이내에 증거를 제시해야 하고, 전담 재판부가 이 증거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24시간 이내에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징역형 이상으로 처벌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김 총장은 "대통령선거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속한 판단을 내려 후보자 및 가족 등의 명예를 보호하고 유권자의 판단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의 사조직 등 대규모 조직이 선관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불법 선거 행위를 자행할 경우 전담재판부가 신속히 사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흑색 비방 및 허위 사실 공표 행위는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처벌 수위도 징역형 이상으로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한 마디로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법적 불비(不備)' 때문에 네거티브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다.

6월 발족한 당 '공작정치 진상규명특위'(위원장 김기춘)는 그동안 수 차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작정치 근절 특별법'을 마련 중이다. 특위에선 검찰이 선거기간에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언론기관이 근거 없는 루머를 보도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야당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가 진행될 게 뻔하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 한나라당 주장 주요 정치공작 사건

<안풍사건>

▶내용=2001년 1월 검찰,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 때 안기부 자금 1197억원 강삼재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 계좌로 유입됐다"고 발표

▶법원 판결=2005년 10월 대법원, 안기부 예산 횡령 혐의에 대해 강삼재.김기섭 무죄 확정

<병풍사건>

▶내용=2002년 대선 직전 김대업씨, 이회창 전 총재 장남 정연씨 병역비리 은폐 의혹 제기

▶법원 판결=2005년 4월 대법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씨와 오마이뉴스에 각각 5000만원, 3000만원 배상 확정 판결

<기양건설 로비 의혹 사건>

▶내용=2002년 대선 직전 기양건설 이교식 전 상무와 김선용 전 세경진흥 회장 등, 언론 인터뷰서 "기양건설이 신앙촌 재개발 사업으로 만든 비자금 중 10억원이 한인옥씨에게 전달됐다"고 주장

▶법원 판결=2004년 1월과 9월 각각 고법에서 이씨와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1년6월씩을 선고

<설훈 의원 '이회창 후보 측 20만 달러 수수'주장>

▶내용=2002년 4월 당시 민주당 설훈 의원 기자회견에서 "이 전 총재가 2001년 12월 측근인 윤여준씨를 통해 최규선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은 대가로 최씨를 당 국제특보에 내정했다"고 폭로

▶법원 판결=2004년 11월 고법,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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