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핀테크 활용 막는 보험산업 그림자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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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강 호
보험연구원장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보험산업의 경우에도 개인정보 활용 등에 핀테크가 이용되기 시작함에 따라 보다 합리적인 보험료로 보험계약이 인수되고 보험의 역할과 기능이 제고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아비바(Aviva)는 지난 해 핀테크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임명하였으며 핀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디스커버리사는 온라인 건강진단 및 실시간 건강상태를 기록하는 손목 밴드를 이용하여 고객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보험계약 인수와 보험료 산정에 이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자동차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와 인슈어더박스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사고이력을 텔레메틱스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하여 운전자의 보험료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핀테크 육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과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등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핀테크에 대한 국내 보험회사의 관심과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외국과 다르게 보험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및 가격과 관련된 규제로 인해 고객정보 수집과 가격 결정, 보험계약 인수 등 보험산업의 핵심적인 기능에 핀테크를 활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ICT 기업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핀테크는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보험산업 등 금융산업의 사업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금융 소비자 역시 이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핀테크 활용에 장애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그리고 가격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내지 철폐되어야 한다.

 부연하면 첫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고객의 동의하에서 수집된 개인정보가 상품개발과 가격 결정, 마케팅 등에 보다 더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핀테크에서 활용되는 개인정보 양이 방대하고 다양하여 유출사고 발생 시 그 피해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및 안전성 확보가 선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감독당국은 보험 및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있어서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 보다는 사회후생을 고려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둘째, 가격 규제를 완화하여 보험회사의 핀테크 활용 유인을 제고해야 한다. 가격 규제 완화는 핀테크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보험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남아 있는 가격에 대한 그림자 규제 등으로 인해 보험 본연의 기능인 위험관리로부터 충분한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혁신상품 공급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림자 규제가 철폐될 때 신상품 개발 및 위험관리 제고를 위한 핀테크 활용이 더욱 촉진될 수 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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