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의사결정 구조 밝힐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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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얼굴) 대통령은 30일 "내년 초부터 취임 3주년인 2월 25일 사이의 적절한 시기에 나머지 (임기) 2년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내 계획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름의 평가와 내 진로에 대해 전체를 정리해 국민에게 발표하려고 한다"며 "책으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에 이은 오찬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어 "내 생각은 지난날에 대한 평가보다는 우리 한국의 내일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하려고 한다"며 "그때는 정파적 이해관계나 표를 떠나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에게 진지하게 제출할 몇 가지를 정리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 과제와 그 과제를 잘 해결해 갈 수 있는 우리들의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훈 기자

[뉴스분석] '국회 초월 새 협의기구' 구상?
거국내각·국민투표 등 관측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내 진로' 부분이다. 그동안 임기 단축, 재신임 등의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임기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말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내일에 대해 남은 임기 동안 이를 어떻게 풀어가고 해결할 방안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대통령이 제안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른바 '승부수'와 관련된 언급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최근 여권에는 대연정 구상이 무산된 노 대통령이 새롭게 대형 정치이슈를 제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난무했다.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이해찬 총리가 12일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의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제안과 맥이 통한다. 노 대통령은 당시 연설문에서 연석회의를 "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적 협의의 틀"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대연정 제안과 같은 맥락" 또는 "노 대통령이 국회를 초월하는 새로운 협의기구를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결을 추진하는 과제들도 짐작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노사문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국민연금 등 실제 갈등 과제를 개혁해야만 비로소 한국사회가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뿌리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합의 도출 방법이다. 야당이 '국회 무력화 의도'라며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가의 관측 가운데 온건한 방법으로는 '거국내각', 정면돌파책으로는 '국민투표를 통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등이 거론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 다수결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개혁 과제는 이제 더 이상 부당한 억압과 맞서 싸우거나 투명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성숙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연 노 대통령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갈등구조 해결에 천착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대통령은 어느 당, 정권이냐를 떠나 우리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오늘의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길게는 10년, 30년 앞을 보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라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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