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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 했다고 숨지 마세요 … 마음의 병까지 생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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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액티브한 중년을 응원하기 위해 레이디 액션 토크 콘서트에서 이충희·최란 부부(오른쪽에서 두번째, 세번째)가 요실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레이디 액션(Lady, Action)’ 액티브 시니어 응원 토크 콘서트 현장. 중년 여성 50여 명의 요실금 수다가 시작됐다. “치매인가 싶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놀러 가자고 해도 밖에 나가면 불안해서 싫다고 집에만 있었는데….” “괜찮아. 우리 나이에는 열 명 중 일곱 명은 요실금이래.” 이번 행사는 유한킴벌리가 요실금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했다.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전명희(62·서울 도봉구)씨는 “요실금이라고 숨기기보다는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지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을 외톨이로 만드는 요실금 증상과 극복법에 대해 알아봤다.

감출수록 커지는 남모를 고통 ‘요실금’

요실금은 중년 여성 삶의 질을 좌우한다. 여성의 요로는 남성(12㎝)에 비해 4㎝로 짧아 요실금이 쉽게 나타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부끄럽다는 이유로 숨기기 바쁘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이경진 교수는 “질환 특성상 민감한 부분과 관련돼 있다 보니 으레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해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요실금은 심리적 불안, 우울감을 유발해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 자아 존중감을 떨어뜨린다. 우울증 같은 부정적 심리 변화에 취약해 사소한 일에도 심하게 다투고 새로운 인간관계나 활동에 소극적으로 변한다. 최근 유한킴벌리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요실금 인식 실태조사 결과 요실금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두 배 더 우울하다고 응답했다. 절박성·복압성 요실금 환자의 42%는 우울증을 함께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요실금 우울증을 막으려면 본인 스스로가 당당해져야 한다. 요실금을 숨기거나 피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날 행사에서는 여성 멘토로 유명한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가 중년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는 방법을 강연한 데 이어 여성의 고민인 요실금 원인과 증상, 올바른 배뇨 습관 등을 소개했다. 이 중 참여도가 높았던 것은 ‘요실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이충희·최란 부부가 함께 진행한 토크 콘서트다. 요실금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면서 중년 이후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화장실 자주 가면 방광 용적 줄어 요실금 악화

요실금 극복 첫걸음은 자신감 회복하기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운동·공부·춤·여행 등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오늘부터 실천에 옮긴다. 완벽하게 준비한 후 시작한다며 하루 이틀 미루면 시작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서툴러도 계속 반복하면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경험은 요실금 배뇨장애 →심리적 불안감 상승 →자아 존중감 저하 →증상 악화로 이어지는 요실금 우울증 연결고리도 끊는다. 이 교수는 “집 안에만 있으면 배뇨 습관이 나빠져 요실금이 심해지고 우울증에 취약해진다”며 “적극적인 외부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상 외출하는 것이 두렵다면 요실금 언더웨어를 활용한다. 여분의 속옷을 준비하는 번거로움 없이 일상적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등산·자전거 타기 같은 활동적인 움직임에도 티 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토크 콘서트를 찾은 곽민경(44·서울 마포구)씨는 “막연하게 걱정했던 요실금 극복·치료법을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방광 훈련도 빠뜨리지 않는다. 일정 간격을 두고 소변을 보는 연습을 한다. 자주 화장실을 찾으면 방광 용적이 점점 줄어 배뇨 간격이 짧아진다. 한 시간마다 화장실을 간다면 일주일 단위로 배뇨 간격을 30분씩 연장한다. 배뇨 간격을 3~4시간까지 늘린다. 훈련 중에는 절박감이 느껴지더라도 예정된 배뇨 시간까지 참아야 한다.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광 아랫부분을 지탱하는 골반 근육이 튼튼해지면서 아래로 처진 방광·요도를 지지해 요실금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요실금은 방광 훈련과 수술·약물 치료를 통해 비교적 쉽게 고칠 수 있다”며 “혼자 집안에서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방광을 자극하는 알코올·커피·매운 음식 등은 피한다. 변비가 심하거나 소화 장애로 장내 가스가 차면 복압이 올라가 요실금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한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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