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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양로원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간수명은 날이 갈수록 연장돼가고 있다.
이에따라 노령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사회구조의 변화와 병행해서 노인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이다.
고도의 산업화사회로 치닫고있는 우리에게도 노인들의 사회역할 상실, 소외, 고독감의 증대등으로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의 생활이 점차 어려워지고있다.
이와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로효친사상과 건전한 가족관계가 적극 권장 독려되고 있으나 이로써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사회의 가치관과 구조자체에 되돌릴수 없을만큼의 변화가 넓고 깊게 자리해버린것이 현실이다.
노인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받아들여 화합한다면 최상의 이상이겠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의 현실타개책은 시급한것이다.
정부나 사회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어거지로 경로사상만을 강조하는 캠페인에 그칠때 최근 물의를 빚은 『기도원 사건』같은 비극으로 배출구가 뚫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당사자는 물론 관련가족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싯점에서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5대도시를 제외한 쾌적한 지역에 유료양로원및 요양시설을 설치키로하고 그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밝힌것은 노인문제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점에서 노인복지정책의 진일보라고 평가된다.
작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65세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약4%인 1백58만5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양로원 수는 전국에 57곳으로 겨우 3천7백명 정도를 수용하고 있을뿐이다. 이들이 모두 비영리 무료양로원들이다. 수용을 필요로하는 많은 대상자들이 시설부족으로 보호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까운 이웃 일본의 경우는 모두 2천32개소의 양로원에 17만명의 노인이 수용돼 있으며,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도 양로원 수용인원이 5만명을 넘는다. 서구선진국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와 비교해볼때 우리나라는 노인에 대한 수용시설이 얼마나 미비한가를 알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중 자녀와 별거하는 노인이 10.8%이고, 집이 없거나 좁아서 노인정등에서 기거하는 노인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가정환경이 빈한한 노인뿐만 아니라 ▲부양을 맡아야할 자녀가 해외이민이나 해외취업으로 어쩔수 없이 부양이 불가능한 경우 ▲가족과의 불화로 별거가 불가피한 경우 ▲자식들에게 얹혀살기를 원치않는 경우도 많다. 전반적인 경제형편이 향상될수록 전자보다는 후자의 요인에 의한 노인부양 필요성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것이라는 예상은 선진국의 실례를 보더라도 어렵지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노인수용시설을 두가지방향에서 확대 추진해 나가야할것이다. 첫째는 국가나 사회가 전적으로 보호해야할 노인들을 위한 시책이다. 이들을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구제하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최소한의 시설을 갖춘 무료·비영리 양로원의 증설로 무의무탁한 불우노인들이 함께 모여 배고픔과 외로움을 덜느끼고 여생을 보낼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둘째로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가능하면서도 자의거나 타의거나 간에 별도수용이 필요한 노인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이들에게는 굳이 무료·비영리시설이 필요한것은 아니다. 돈을 내더라도 쾌적하고 편안하게 생활할수 있으면 된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료양로원이 바로 이런 경우인데 그시설과 환경에 따른 선택의 폭을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호화판의 호텔식 시설을 갖춤으로써 영리를 주목적으로 해서도 안되겠지만, 경제력의 정도, 개인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선진국형 양로원의 모델을 연구 개발해서 보급하고 이에대한 이용비도 무리하게 한도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양로원이 생계능력이 없는 무의탁노인만을 부양하는 「수용시설」이라는 낡은 개념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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