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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 주는 조상의 세상살이 슬기|안동준씨 가훈서예전…23일부터 세종회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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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우리나라 각 가문의 가훈중에는 「충효」「근검」「우애」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 가장 많다.
자연과 이웃과의 어울림 속에 넉넉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자했던 우리조상들의 세상살이 슬기를 보여주는 가훈들-. 조상의 땀과 입김이 밴 그같은 가훈들만을 한자리에 모은 색다른 서예전이 준비돼 각박한 현대를 사는 우리 후손들에게 성찰의 시간과 공간을 주게됐다.
전 국회의원 안동준씨(64·서울역삼동 삼익아파트1동302호)가 78년부터 각 문중의 협조를 받아 모은1백여 성씨의 가훈 1백70여가지로 오는23일부터 3일동안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 서예전을 연다.
우리나라 각 가문이 공통적으로 갖는 가훈은「효·근검·충·우애」.
그중에서「부귀영화를 탐하지 말라」「자기분수의 한계를 넘지 말라」「친구 사귀기를 가려서 하라」「재산을 불리려 무리하지 말라」「유행을 너무 쫓지 말라」는 등의 가훈은 황금만능과 물질숭배에 젖어 있는 요즘의 세태에 귀감이 되는 가훈들.
전시될 가훈중에는 조선시대의 청백리 황희 정승의「집안형편에 맞게 제사지내라」는 유훈(유훈)도 있다. 명재상답게 후손들에게도 허례와 허식을 경계하고 있는것.
평강채씨 문중은「모든일에 최선을 다하라」 (매사진선)는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생활훈을 전해온다.
「카터」전 미국대통령의「Do You Best」는 채씨 가훈의 미국판인 셈.
전의이씨는 세종대왕이 내렸다는「가전충효, 세수인경」(가정에서는 충효의 법도를 전수하고 사회에서는 남에게 인자하고 공경하는 기풍을 지키라)」을 가훈으로 지켜온다. 여자·술·도박을 금하고 (안동권·김해김·기계유씨등)남의 보증을 서지말고 외상 술을 먹지 말라는 (태인백씨) 가훈도 있다. 송사(송사)가 잦으면 집안이 평안치 못하니 이를 경계한 것. 자손에게 많은 재산을 남기려하지 말라(여주이씨), 허영을 쫓지 말라(파주염씨) 는 것도 있다.
여자들을 중심으로 「집안단속」을 당부한 내용도 많다. 인조때의 영의정 신흠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부간·동서간·시누이-올케간의 사이가 좋아야한다』 는 가훈을 남겼으며 우암 송시열은『자식교육은 태어나서부터. 아내교육은 시집왔을 때부터』라고 후손들에게 이르고 있다. 이같은 가훈중에는 특히 여자의 정숙(정숙) 을 강조한 것이 많은데 옥산 전씨는 비복은 중문(중문)을 드나들지 못하게 하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기도.
일본인으로 임진왜란에 참전했다가 조선문화를 흠모, 귀화한 모하당 김충선의 가훈도 색다르다. 그는 자손들에게 충효하고 세금을 제때 납부하며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길을 양보하고 동네 우물물도 먼저 긷지 말며 벼술에 나서지 말고 농사에 충실, 이웃과 화합하라는 등 15개항의 자상한 가훈을 후손들에게 남겼다.
연암 박지원은「말조심」을 당부했으며, 영양천씨는「천씨임을 명심하라」고「뿌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가훈을 갖고 있는 가문은 전주 이씨.
95개항에 이르는 수신훈(수신훈) 이 있다.
문헌에 남은 우리나라가훈의 효시는 1천3백여넌전 김유신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술과 여색을 경계한 것.
이번 전시회엔 현대판 가훈도 소개됐다. 백낙준씨의「인일기백」(남이 하나를 익히면 백을 익히라) ,시인 설창수씨의「대장부가 한번 울려면 마른하늘이 세번 울어야한다」는등 상당수가 소개됐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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