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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위해 아무하고나 손 잡아 … 뭐 이런 조직이 다 있나 싶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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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 04면

김기식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내 초·재선 의원 그룹인 ‘더 좋은 미래’는 3일 ‘2·8 전당대회, 정쟁이 아닌 혁신과 비전으로 경쟁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대표 후보 간 경선 룰 다툼과 원색적인 공격이 오간 후였다. 당내 초선 의원들은 흑색선전이 난무한 전당대회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그룹 간사인 비례대표 초선 김기식(49) 의원에게 들어봤다.

초선 김기식 의원의 전당대회 관전기

-입당 후 몇 번째 전대인가.
“2012년 1월 민주통합당이 결성되면서 입당했다. 당시 한명숙 대표를 선출했던 출범 전당대회 땐 통합의 분위기 속에서 희망적이고 역동적이었다. ‘와 이런 게 전당대회구나’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해 6월 이해찬박지원 의원이 친노호남 연합을 결성한 전대에선 ‘아 이 당의 분열이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2013년 5·4 전대 땐 대선 패배 후 서로 자숙하는 분위기여서 별 갈등이 없었다. 이번엔 무엇보다 ‘정말 이 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분열과 계파 갈등 극복이 다른 무엇에도 우선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초선 의원들끼리 현재의 당 상황에 대해 뭐라 이야기하나.
“(한숨을 쉬며) 어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정치라는 게 과정의 집합이다. 전대란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당의 지지도가 올라가며 혁신의 동력이 생기는데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으로 얻은 반사이익조차도 상실해 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전대 후 분당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누구누구가 대표가 되면 분당된다는 말은 해선 안 될 말이다. 그건 경쟁의 수위를 넘어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에서 친이·친박 간에 얼마나 갈등이 심했나. 그렇다고 거기가 분당하던가. 그런 말 하는 자체가 해당행위다.”

-친노의 패권주의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당내에서 친노가 갖는 다수로서의 힘은 있다고 본다. 그 그룹의 폐쇄성에 대해선 당 내부에서 누차 지적돼 왔다. 이 문제는 친노라고 불리는 그 그룹에서 훨씬 더 성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원내에 들어와서 느낀 당의 모습은.
“학생운동부터 시작하면 조직활동을 30년 한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조직이 다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진보에서 중도까지 여러 스펙트럼이 당의 노선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끼리도 오로지 당권을 잡기 위해 손을 잡더라. 정말 후진적 정당문화다.”

-그런 후진적 행태가 유지되는 이유는.
“과거 한국 정당이 3김 시대의 제왕적 정당이었다면 그 이후엔 우리나 새누리당이나 일종의 ‘계파 중진 시대’로 접어들었다. 3김이란 빅 보스가 없는 상황에서 계파 중진 간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담합정치 체제로 온 거다.”

-새 대표의 과제를 든다면.
“공천 룰을 총선 1년 전에 미리 확정해 나중에 당권파가 임의로 룰 변경한다는 소리가 아예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 현재 최고위원회가 당의 입법·사법·행정 권력을 다 쥐고 있다. 삼권분립 원칙을 적용해 집행권과 대의기구, 사법적 윤리기구를 분리시켜야 한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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