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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나, 거짓말했거든" "정말? 사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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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거짓말
가사이 마리 글·그림, 손정원 옮김, 한솔교육, 44쪽, 8500원
새움이의 오줌나무
장주식 글, 정성화 그림, 한겨레아이들, 148쪽, 8000원

굳이 '양치기 소년'이나 '피노키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거짓말은 어린이 책에서 애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거짓말이 아이들의 성장과정 중에 한번쯤 꼭 끼어드는 골칫거리이기 때문일 게다.

그림책 '거짓말'과 단편동화 '거짓말쟁이 김미선'('새움이의 오줌나무'에 수록된 첫 번째 동화)은 누구나 겪었음직한 에피소드를 담은 생활밀착형 '거짓말 책'이다.

'거짓말'의 주인공 치치는 멋진 장난감 자동차를 주워 집으로 가져온다. '주인을 찾을 때까지만 내가 갖고 있어야지' 했는데, 친구 토비가 "자동차 못 봤어?"라고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그만…'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못 봤어!" 그 후 치치는 안절부절못한다. 같이 놀자는 토비를 피하게 되고, 토비가 집으로 찾아온다는 말에 자동차를 숨기느라 정신이 없다.

'거짓말쟁이 김미선'의 주인공 미선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실제 엄마는 돈 없다며 이층침대를 안 사줬는데도 미선이는 글짓기 시간에 '엄마께서 이층 침대를 사 주셨습니다. 나는 너무 기뻤습니다'라고 써넣었다. 그 글이 뽑혀 발표도 하고 상까지 받았는데, 거짓말이란 사실은 금세 들통나 버렸다. 친구들은 놀리고, 선생님은 혼내고…. 창피해진 미선이는 또 거짓말로 꾀병을 부려 학교도 가지 않는다.

두 책 모두 거짓말한 주인공을 '나쁜 애'라며 몰아세우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스스로 느낀 '양심의 가책'을 강조했다. 거짓말을 한 다음 치치는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슴이 따끔따끔 아팠고, 미선이는 배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란 생각조차 들었다.

거짓말을 뉘우친 뒤의 결론도 이채롭다. 사실을 밝히는 치치의 고백에 토비는 "나도 형 자동차를 몰래 들고 나왔다 (잃어버려서) 형한테 모른다고 거짓말했어"라고 털어놓는다. 거짓말쟁이는 치치만이 아니었던 것. 누구나 저지르는 실수라고 아이를 다독일 수도, 또 누구나 저지를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할 수도 있는 근거가 돼 준다.

거짓말을 안 하기로 결심한 미선이에게도 장밋빛 인생만 펼쳐지진 않았다. 오빠가 주인집 아줌마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는 사실을 미선이가 솔직하게 말하는 바람에 밤새 엄마는 울고, 아빠는 술을 마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때로 솔직함이 손해가 되기도 하는 실제 삶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거짓말은 이해득실을 따질 수 없는 가치의 문제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초등학생이 싫증낼 만한 주제인 '거짓말하지 마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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