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어미닭, 우리는 병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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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가 저물고 으스름한 저녁시간이 오면 책상앞에 다가앉아 하루의 일과를 정리한다. 올해로 2번째 접어드는 교사생활, 아직도 풋내기 선생님이어서인지 학생들과 보내는 하루 루가 새롭고 모든 일이 인상깊게 가슴에 새겨진다
지금 가르치는 2학년 남학생들은 작년에도 가르쳐서인지 퍽 정도들고 익숙하다. 중1의 철모르던 모습에서 어느새 키도 크고 어른스러워진 그들! 처음 발령을 받고 왔을때 기억에 남는 몇개의 사건들….
어느날 담임을 말았던 반에 결석생이 생겼다 내용을 알아본즉 연탄불을 갈다가 그만 엎어져서 얼굴에 온통 화상을 입었다는것이다. 종례후 집을아는 학생과 찾아가보니 마침 부모님이 안계시기에 가까운 약국에 데려갔다. 「그렇게 심한 화상은 아닙니다」라고 하는것이었다.
며칠후 거의 나은 모습으로 학교에 나왔을때, 그를 바라본 기쁨! 부모님의 고맙다는 편지에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반 아이들과의 조그만 학예회, 학기말에는 어떤 학생이 『선생님은 어미닭이고 우리는 그 뒤를 따르는 병아리예요』하는 말에 웃었던 일들이 두고두고 기억된다
지난5윌 「스승의 날」이었다. 점심시간. 교실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한 학생이 따라오며, 선생님』하고는 쭈뼛쭈뼛하는것이 아닌가 『저 이거』하면서 무언가 작은 포장을 내밀었다. 『왜 이런걸?』
퍼보니 볼펜 한자루와 『조그만것이지만 제가 저금한것으로 산거예요 스승의 날을 축하합니다』라고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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