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라고 늘 우리가 바라는 대로 비를 뿌리지는 않았습니다. 재작년 장마 때만 해도 하늘이 뚫린 듯 엄청난 비를 내리셨지요. 그 때는 물 흐르는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처럼 들렸으니까요. 평소 잔잔한 실개천 물이 갑자기 불어나 둑을 무너뜨리고 나무뿌리를 뽑아버리며 큰바위를 낙엽처럼 굴리는 거대한 물을 보고 물의 노기를 실감했습니다.
민심도 물과 같은가 봅니다. 저는 이십삼 년 전 오늘 신군부 쿠데타가 살인폭력에까지 이르자 노도와 같이 폭발했던 저 남도의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합니다. 계엄군을 몰아낸 홍수와 같던 민심의 기세, 민심이 천심인 세상이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알콩달콩한 개울물 같은 민심입니다.
김봉준 <화가>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