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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 어디까지 왔나|KAL기 사건을 계기로 본 그 가공할 위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실종된 KAL기가 소련군용기에 의해 격추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모두가 이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놀랐다. 그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과 일본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사건의 내막은 우리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KAL기에 경고한번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소련 극동군의 움직임을 영사막에 비치는 한편의 영화처럼 밝혀내는 오늘날의 전자전에 대해서도 경악을 금치못했다. 크렘린궁 안에서의 전화 대화까지도 모두 감지할수있을 정도라는 오늘날의 전자전쟁은 어디까지 왔을까.
앞으로의 전쟁에서 승패의 향방을 가름할 전자전의 내막을 들여다본다.
전자전은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과 대화를 전자적으로 빼내는 정보수집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보의 수집은 10여년전만 해도정찰기나 정찰함등을 상대방국가해역근방이나 영공에 보내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도로 발달된 인공위성과 레이다, 안테나시설이 개발됨으로써 상대국 근처에 가지않고도 정보를 얻는것이 가능해졌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확인하는대는 남·북극 궤도를 도는 사진정찰위성이 큰 역할을 한다.
초고해상능력을 갖는 6백mm망원렌즈를 설치한 이둘 인공위성들은 고도 2백km내외에서 목격하는 지역의 사진을 찍는데, 대략 길이 25cm정도의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대전에서 서울에 있는 사람의 증명사진을 깨끗하게 찍을수 있다는 얘기다. 미공군의 빅버드 사진정찰위성은 6개의 필름·캡슐을 싣고있어 특정한 목표물을 촬영, 인공위성안에 싣고 있다가 지구의 자전에 의해 촬영된 자료를 미국 동남부 해상에 왔을때 투하하는 방식을 택하고있다.
해상에서는 선박이 대기했다 이것을 회수, 현상해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알게된다. 이 필름들은 전에 찍었던 필름과 함께 컴퓨터에 입력되어 그 사이의 변화가 체크되므로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세밀한 관찰이 가능하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이와달리 KH-11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진정찰 위성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기지는 0과1로만 표시된 숫자를 받아 다시 컴퓨터에 넣어 깨끗한 영상으로 재현, 삼대방의 동태를 파악한다. 디지틀 사진전송방식은 언제든지 필요할때 방대한 분량의 사진을 얻을수 있고, 컴퓨터에 의해 분야별로 분류할수도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상과 지상, 지상과 공중, 지상과 해상및 해중(잠수함)의 음성 및 영상정보는 지금까지도 안테나와 레이다가 중요한 수집기능을 맡고 있다.
안테나는 지향성을 갖기 힘들 전투기와 지상기지와의 대화는 물론, 적에게 탐지되지 않게하기위해 흩어지지않는 전파다발로 만들어 지향성을 갖게한 마이크로파까지도 잡아낸다.
이번 소련극동군 기지의 대화를 잡아낸 일본북해도의 미자와(삼택)기지가 대표적인 음성 및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곳이라고 볼수있다.
이곳에는 「코끼리 우리」라고 부르는 초고감도의 전자청음및 영상장치가 설치되어있다. 코끼리우리란 세겹으로 된 안테나망을 의미한다.
AN/FLR9 (V)로 불리는 이 안테나는 우선 맨바깥쪽에 지름이 4백m가 되는 말뚝형의 A밴드 안테나가 울타리처럼 쳐져있다. A밴드 안테나는 모두 48개로 그 뒤에는 전파를 방사해주는 높이 30m의 철조망형의 반사그물이 설치되어있다.
B밴드 수신용 안테나는 A밴드 안쪽으로 모두 96개가 원형으로 빙둘러 서있고, C밴드안테나는 기지중심에 금속으로된 원형의 모습을 하고있다. 그밖에도 특수전파를 흡수하는 10여 종류의 특수안테나가 설치돼있다
이처렴 강력한 안테나 기지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전파를 끌어들여 정보를 가로채게 된다.
미자와기지 안테나는 10K헤르츠의 초장파로부터 레이다용의 극초단파까지 모두 잡을수있어, 상대방이 갖고있는 레이다의 성능·종류는 물론, 잠수함에 보내는 정보도 알아낼수있다.
미자와기지 안테나에 잡히는 마이크로파에는 지구공간을 날아다니는 전화신호·TV신호·음성신호·텔리타이프·아마무선사의 신호등 어느것이나 모두 혼합된 형태로 잡힌다.
이같은 각종 마이크로파의 덩어리가 특수컴퓨터를 거치게 되면 각 종류별로 분류되어 각각의 기록장치로 들어간다 .이 기록은 암호등이 있어 현장에서는 일부밖에 해석이 안되고, 미국의 국가안보처(NSA)본부에 설치된 중앙컴퓨터등에 보내져 완전한 해석이 이뤄진다.
KAL기가 추락하기전부터 소련전투기의 추격을 받았다든가, 미사일을 맞아 2분후에 5천m까지 추락했다든가, 소련함정들이 유해몇구를 건져냈다든가 하는 모든 발표는 인공위성과 레이다·안테나등 전자정보전에 쓰이는 기기들이 얻어낸 부수적인 소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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