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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은 이 시대 우리들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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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지구가 극심한 환경위기에 처한건 오래된 얘기다. 온난화 현상에 의한 이상 기후변화로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전 세계 160여개 국가와 국제 환경기구 및 비정부 환경단체로 구성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구 생물종의 30%(양서류의 경우 50%이상)가 금세기내에 멸종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여섯 번째 지구 생물의 대 멸종시대가 곧 다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여기에는 우리들 인류의 멸종도 포함되어 있다.

과거 다섯 차례의 생물 멸종은 수억 년에 걸친 지구 생태계의 자연적인 변화에 의한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멸종은 우리들 인간의 극히 이기적인 생존의 결과라는 점에서 인간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근대산업혁명이후 150년이라는 찰나의 시간에 말이다.

18세기 제임스 쿡 선장이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이후 수 많은 생물 종이 인간의 허영과 탐욕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의 ‘도도’라는 이름을 가진 날지 못하는 새는 선원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발견된 지 겨우 수 년 만에 멸종했다. 오늘날 인구수에 필적하는 70억 마리로 추산되던 북아메리카의 ‘여행비둘기’는 서부개척과 동시에 단 100년 만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나라도 멸종의 사례가 있다. 1950년대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앙사촌’이란 새다. 전 세계 3점의 표본 가운데 2점이 부산 낙동강과 군산 만경강 하구에서 발견된 것이다. 동요에 등장하는 ‘따오기’는 79년 1월 경기도 파주 대성동(민통선이북 마을) 논에서 마지막 한 마리가 관찰된 이후 사라졌다.

호랑이, 표범, 늑대, 사향노루는 우리 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한 대표적인 생물종이다. 현재 246종이 국가에 의해 멸종위기 생물종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반달가슴곰(지리산), 여우(소백산), 산양(월악산), 황새(예산군), 따오기(창녕군), 장수하늘소(오대산)의 복원이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부터 늑대와 표범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멸종위기 생물종의 복원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반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는 1920년대부터 멸종위기 생물 종의 복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80년대부터 호랑이(인도), 따오기와 자이언트팬다(중국)를 시작으로 진행해 온 역사가 있다. 현재 IUCN에서만 전 세계에서 80여개의 멸종위기 생물 종 보호 및 복원 프로그램(SaveOurSpecies)을 실행하고 있다.

또 번식사육전문가그룹(Reproduction Breeding Specialist Group)에서는 79년 이후 멸종위기 생물 250종의 증식복원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 멸종위기 생물 종 복원사업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공을 위해 조금씩 발전하는 가운데 세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에서 70년대부터 계획하고 90년부터 실행한 늑대 복원 사업이 2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멸종위기 생물종 복원 사업이 한 종의 생물종을 통해 지역 생태계 전체를 소생시킨 중대한 과학적인 업적을 세계에 알린 최초의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멸종위기 생물종 복원은 복원 대상 종 한 종을 통해 해당 생태계와 생물 구성원 전체의 건강성과 자연성을 회복시킨다. 또 생태계간의 생태적 연결망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물과 지구생태계의 자연성과 건강성을 유지하는 지구생물다양성보전이 목적이다. 국가의 강력한 복원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공감대 없이는 결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멸종위기 생물들의 멸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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