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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착 수정-고장 발견장치 2중 3중으로 갖춰|여객기 안전도를 알아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간이 만들어 낸 최대의 걸작품인 항공기의 내부는 어떤 장치가 돼있고 안전도는 어느 정도일까.
외국의 한 조사는 승객이 항공기사고로 사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고위험이 가장 큰 이륙과 착륙 때를 기준으로 할 때 1백만 분의 3, 즉 0·0003%라고 계산했다.
즉, 한 승객이 매일 비행기를 탔다고 가정할 때 9백13년만에 1번 꼴의 사망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셈.
이는 국제 민항기구 (ICAO)의 통계자료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에 따르면 1백만 비행 횟수 당 항공기전파사고가 50년대에는 5회, 70년대에는 2회, 80년대에는 1회로 감소 추세에 있다.
통상 민간여객항공기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각 부분에 2중3중의 자체구조장치 (SELF SURVIVAL SYSTEM)가 갖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착륙에 가장 중요한 랜딩기어는 유압장치에 의해 기어 문이 열리도록 돼있으나 유압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전기장치로, 그 경우도 불가능할 때는 수동으로 열도록 돼있다.

<관성항법장치>
피격된 점보보잉747기종은 운항에 가장 중요한 항법장치 INS만도 3세트가 설치돼 있다. 이 장치는 운항승무원이 항로자료를 입력하면 컴퓨터에 기억돼 자동 작동하도록 돼있다.
만약 1세트의 INS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는 나머지 2세트가 지정항로를 표시해주며, 승무원이 XTK(교차 에러체크)의 스위치를 넣으면 INS의 편차를 즉시 발견해내도록 돼있다.
또 위치를 알아내는 자동방위 지시계기 VOR도 2세트가 설치되어 지상항법 지원전파를 받아 작동하도록 돼있다.

<원·중·단거리 통신시설>
점보기에 설치된 통신시설은 5세트.
중·단거리 송수신용 통신시설인 VHF(1백18∼1백36메거헤르츠) 3세트는 안테나가 동체 상단에 2개, 하단에 1개씩 설치돼있고 원거리송수신용 통신시설 HF(2∼30메거헤르츠) 2세트는 안테나가 주익 양끝에 있다.
이밖에 각종 통신장치, 항법장치용으로 설치된·안테나만도 점보기 동체에는 25개나 부착돼있다.

<경보장치>
또 각종 경보장치는 항공기의 각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의 여부, 스위치나 레버의 정 위치 여부를 즉시 알려주도록 돼있다.
경보장치는 경보등·기·음성경보등 3종류가 있다.
경보등은 이상이 있을 때엔 불이 켜지거나 깜박거리는 것 등 2종류로 나눠진다. 적색등은 위험도가 클 경우, 황색등은 계기고장 등 위험이 비교적 적을 경우를 알려준다.
기는 계기판에 숨겨져 정상일 때는 보이지 않으나 일단 이상이 생기면 뛰어나오도록 돼있다.
음성경보는 경보 등과 범행해서 작동되는 경우가 많은 데 점보기에는 비상착륙·기상이변에 따른 숭객들의 주의를 알리는 기내방송도 녹음으로 버튼만 누르면 작동된다.
경보장치는 ▲이·착륙등 조종 및 착륙장치 ▲실속 경보·최대운항속도경보등 속도·자세에 관한 장치 ▲지상접근·저고도등 고도에 관한 장치 ▲중앙계기 경보등 계기작동에 관한 장치 ▲화재경보등 화재·과열에 관한 장치 등으로 분류된다.

<특수유리>
항공기사고는 새와의 충돌이라는 극히 사소한 사고도 대형참사를 빚게된다. 이 때문에 조종사의 앞 유리는 시속4백70마일에서 4파운드 무게의 새와 부딪쳤을 때도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특수유리로 제작돼있다.
DC-10 점보기 등은 비상용산소가 준비돼 실내압력이 0·7기압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산소마스크가 자동적으로 승객 앞에 떨어진다.
비상착륙이 이루어지면 90초안에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도록 기체의 전비상구가 열린다.
이때 점보기의 경우 10초안에 압축공기가 주입되면서 부풀어올라 미끄럼대의 형태를 갖추는 긴급 탈출장치 13개가 기체양편에 설치되도록 돼있다.

<구명보트>
또 해상에 비상착륙 (DITCHING)했을 때는 25인숭 구명보트 10여대가 압축가스로 자동팽창 돼 물위에 뜨게되며 이 보트에는 표류위치를 알릴 수 있는 백색 광탄·적색 광탄과 2개의 조난주파수(1백21·5와 2백43메거헤르츠)를 발사하는 무선표지가 작동된다. 또 해상에서는 점보기의 경우 기체가 최장 2시간동안 뜰 수 있어 비상착륙 때의 마찰도 폭발만 하지 않으면 기체에 앉아서도 구조될 수 있다.
이밖에 운항 중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는데 점보기는 4대의 엔진 중 2대가 꺼지더라도 가장 가까운 공항을 찾아갈 수 있고 4대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피격 점보기의 고도인 3만5천 피트에서는 최고 14분간 글라이딩이 가능하다.

<블랙박스>
또한 여객기에는 2개의 블랙박스가 꼬리에 부착돼 이륙부터 착륙까지 조종석에서의 ▲무선교신내용 ▲고도 ▲속도 ▲방위각 ▲풍속 ▲날개 및 엔진상태 등·모든 운항상황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따라서 이 블랙박스를 찾아내면 KAL기가 왜 피격을 당했는지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다.
블랙박스는 그 중요성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폭발하더라도 쉽게 파괴되지 않도록 만들어져있다.
폭 20cm, 길이 50cm의 두루마리 종이처럼 생긴 블랙박스는 책가방정도의 무게지만 내열한도는 섭씨 1천1백도에서도 1시간까지 견딜 수 있고 어떠한 충격이나 압력에도 견딜 수 있다.
하얀 알루미늄 판으로 만들어졌지만 「중요한 기능」때문에 통상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블랙박스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CVR(Cockpit Voice Recorder)이고 다른 하나는 DFDR(Digital Flight Data Recorder).


CVR에는 조종실의 무전교신내용·잡담 등 모든 음성이 자동적으로 녹음되는데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 마지막30분간 것만 남고 나머지는 지워지면서 계속 녹음된다.


또 DFDR는 항공기의 비행 번호·속도·고도·방위각·풍속·엔진상태 등 모두 64개의 데이터가 계속 25시간동안 기록된다.
DFDR는 바닷속에 떨어지더라도 염수에 작동하는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24시간동안 위치를 알리는 무전을 보내도록 돼있다.
소련이 KAL기 추락예상해역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아마 이 블랙박스를 자기들의 수종에 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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