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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몸짱 둘 다 나 … '만화경 인생' 직접 겪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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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얼짱 출신 박태준씨가 인기 웹툰 작가로 변신했다. 그의 작품 ‘외모지상주의’는 갑자기 두 개의 육신을 가지게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학원물이다. 외모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시선과 사회적인 편견을 날카롭게 표현해 냈다. 한때 외모에 집착했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 아보키스트]

‘웹툰’의 기세가 무섭다. 웹툰은 ‘web(웹)’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이다. 과거 출판물로 소비되던 만화가 인터넷을 만나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웹툰은 각종 드라마·영화 등으로 재탄생하며 콘텐트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다. 새롭게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웹툰 작가들을 만나본다. 신진작가부터 원로작가까지, 다양한 웹툰 작가들이 말하는 웹툰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갑자기 두 개의 육신을 가지게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학원물이다. 지난해 11월 말 연재를 시작해서 11회까지 진행됐다. 이 만화는 다양한 연령층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금요일 연재되는 네이버 웹툰 가운데 조회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만화를 그린 박태준(31) 작가의 이력은 특이하다. 작가는 2000년대 초반 레전드 얼짱으로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쇼핑몰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돌연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필 만화 제목도 ‘외모지상주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편견이 아닌 호기심이 생겨난다. 외모에 의한 사회적 편견을 날카롭게 묘사한 섬세함 때문이다. 도대체 이 만화를 그린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울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고 매사에 자신이 없었어요.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신발을 신고 다닐 정도로 나를 꾸밀 줄도 몰랐어요.”

 현재 작가의 모습을 생각하면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작가는 덤덤하게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늘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어요. 스스로 생각해도 주변에서 싫어할 만했죠. 친구가 없으니 어떻게든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에 급식을 대신 받아줬던 기억이 있어요.”

 과거에 대한 기억은 웹툰에 과장되게 나타난다. ‘외모지상주의’의 주인공 박형식은 뚱뚱하고 못생겼다. 학교에서 늘 왕따를 당하고 강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주인공이 전학을 가면서 인생이 달라진다. 갑자기 또 다른 ‘멋진 몸’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픽션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이 반영된 거예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됐고 그때부터 저를 꾸미기 시작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친구들로부터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또래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인생도 달라졌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고 더 나은 외모로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눈과 코를 성형했어요. 인터넷에 사진이 퍼지면서 얼짱으로 불리게 됐죠. 그 당시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관심받고 인정받았던 이유가 ‘외모’였기 때문이죠. 다시 옛날처럼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작가의 삶은 어떨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늘 쫓기듯 앞만 보고 살아왔고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어요. 돌이켜 생각하니 저는 외모가 아닌 마음에 병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미성숙했던 과거를 자각하며 작가는 만화가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꾸깃꾸깃 접어두었던 마음속 이야기를 하나 둘씩 펼쳐가고 있다.

 “아직은 초보 만화가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요즘에는 무엇보다 이렇게 빨리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해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보면서 암울한 현실에서 도망치곤 했거든요. 만화가가 되고 싶어 만화과에 진학했고 늘 내 만화를 그리는 게 꿈이었어요.”

 만화가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작가에게 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행복해지고 싶어요. 예전에는 나 혼자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거든요. 이제는 외면이 아닌 내면적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정아람 기자

◆박태준=1984년 서울 출생. 상명대 만화과 중퇴.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얼짱으로 주목받으며 ‘얼짱시대’, ‘식신로드’, ‘엠넷 스캔들’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 2007년부터 남성의류 쇼핑몰 운영 중. 2012년 BNT 패션 브랜드 어워드 베스트 모델상 대상 수상. 제14회 보령머드축제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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