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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왜 이탈리아인은 옷을 잘 입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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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외국에 살다 보면 이탈리아인들이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탈리아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도 많다. 국민 대부분이 옷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런 패션 센스는 어디서 왔을까?

 가장 큰 이유로 국민의 심미안과 개성중시 문화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패션 센스와 심미안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환경과 주변 영향을 받으며 개발되는 능력이므로 이탈리아인들의 스타일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패션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옷을 잘 입는 데 첫째로 중요한 요소는 비율이다. 자기 몸 사이즈와 모양에 잘 맞는 옷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 옷이 몸에 비해 너무 길거나 짧으면 조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러 꼭 끼거나, 크거나, 짧게 입고 싶다면 선을 잘 지키면서 포인트를 주는 게 중요하다.

 둘째로 중요한 게 색깔이다. 색을 조화롭고 자신에게 어울리게 배치하는 것은 패션의 기본 능력이지만 쉽지 않다. 따로따로 보면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색들을 서로 배합하는 능력은 자연이나 예술작품 관찰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셋째 원리는 개성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개성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옷을 멋있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창의력과 자기만의 스타일을 더욱 발휘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선 패션을 좋아하지만 돈이 없었던 몇몇 사람이 저렴한 옷들을 서로 배합하고 스스로 옷을 만들면서 새로운 유행을 일으켰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이와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한국사람들에게 중요한 원리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선 20~30대엔 패션에 많은 신경을 쓰다가 결혼을 하거나 40대를 넘으면 쇼핑 횟수와 패션에 들이는 시간과 집중도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선 최신 유행에 맞춰 완벽하게 옷을 차려입은 할아버지들, 자기 매력을 살려서 산뜻하고 관능적으로 옷을 입는 아기 엄마나 50~60대 여성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패션이란 외모나 나이·재력·신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 패션을 잘 알고 TPO(패션의 기본 원리인 시간·장소·경우)에 맞게 매력적으로 입을 줄 아는 사람들은 허세를 부리기 위해 옷을 고르지 않으며 자신의 지위나 재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패션을 잘 아는 사람들은 자기를 표현하려고 고심하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패션을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알베르토 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