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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잡는 도시의 사냥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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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일 오후 천호대교 근처 한강에서 119 구조대에 의해 잡힌 야생멧돼지가 밧줄에 묶여 이동되고 있다. 멧돼지는 포획과정에서 질식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연합뉴스)

"우리가 물러서면 시민들이 위험하다-."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창경궁 내 야산. 대한수렵관리협회 소속 사냥꾼 2명과 사냥개 5마리가 멧돼지를 쫓기 시작했다. 수색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이었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물자 사냥꾼 최삼섭(44)씨가 사냥칼로 멧돼지를 도살했다. 자칫 수십 명이 다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을 막은 것이다.

'도심의 사냥꾼' 모임인 대한수렵관리협회. 한 달 사이 서울에 멧돼지 출현이 잇따르면서 이 협회 산하 '유해 조수 기동구제단(구제단)'의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24일 창경궁에 나타난 멧돼지를 포획했고, 지난달 29일 암사동에 출현해 시민 2명을 다치게 한 멧돼지 도살에도 앞장섰다.

1994년 6월 설립된 대한수렵관리협회는 전국적으로 4000여 회원이 있는 순수 민간단체다.

이들이 2004년 한 해 포획한 멧돼지는 전국적으로 1800여 마리. 포획 활동에는 구경 18.5㎜, 길이 71cm가량의 엽총이 주로 사용된다. 심상길 사무국장은 "평소 클레이 사격 등으로 연습을 꾸준히 해 회원들의 사격 솜씨는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초 서울 시내에서 총기 사용이 금지되면서 구제단도 어려움에 처했다. 이번 멧돼지 포획 때 총 대신 칼을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철훈 부회장은 "도심에 나타난 야생동물을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해선 합법적으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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