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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파동은 왜 일어나나|쇠고기·돼지고기 수급사정을 알아보면····|돼지는 남아돌고 소는 수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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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인들이 한국에 몰려와 기생파티를 즐기던 70년대에는 서울에서 양복 몇벌만 마춰가면 여행경비가 빠진다는 말이 있었다. 동경에 비해 서울 양복 값이 험하다는 얘기였다. 요새는 쇠고기 10여근만 사갖고 가면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쇠고기 값이 싸다는 소리다.
일본총리부 경제통계과가 조사한 7월 현재 쇠고기 소비자 값을 보면 우리나라 한우에 해당하는 화우의 로스구이용 최고급 고기가 1백9에 5백78엔. 한근(6백g) 값이 무려 1만1천1백여원이다. 한국사람은 쇠고기를 일본사람의 반값에 사먹고 있다는 계산이다. 수입쇠고기 값도 1백g당 1백79엔, 한근에 3천4백50원 정도니 우리나라 수입쇠고기 값 (근당3천2백원)이 역시 싼 셈이다.
주로 대도시 중산층이상에 해당되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요새처럼 우리나라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던 때도 없었다.
올해 농수산부가 잡고있는 육류소비량은 총49만6천t, 1인당 12·4kg. 작년엔 44만3천여t이 소비됐고 한사람이 11·3kg씩 먹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1인당 소비량으로 비교할때 60년대 후반기까지만해도 5·6kg이던 것이 이처럼 증가한 것이다. 소비량이 2배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고기를 먹더라도 외국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소비경향이 두드러진다. 첫째는 고기중에서도 쇠고기를 즐겨 찾는 점이다. 전체육류중 쇠고기의 소비비중은 60년대초 23%이었고 작년에도 24%수준이었다. 같은 기간을 놓고 비교할때 일본은 26%에서 16%로 내려갔다. 조만은 2%수준에 불과하다.
둘재는 냉동육이나 가공육 보다는 한사코 신선육을 고집하고 있는 점이다.
하루 보통 2천마리씩 소비되는 쇠고기 가운데 절반을 외국에서 수입해야하는 기본적인 공급부족에다 이 같은 특별한 식성을 고수하는데서 오는 유통상의 문제점들이 추가되어 있는게 현실이다.
올해 총49만t의 육류수속중 쇠고기는 11만7천t.
그중 국내생산은 7만2천f정도이고 나머지 4만5천t은 호주에서 수입, 충당하고 있다.
쇠고기수입은 한두해의 일이 아니다. 76년부터 7년째에 이른다. 작년까지만해도 총14만9천t (약1천마리분)이 들어왔다. 평균 해마다 2만5천t씩이 들어온 셈이다. 이를 위해 작년말까지 무려 3억5천만달러(2천1백60억원)의 외화가 나갔다. 농수산부의 축산물수요예측에 따르면 91년이면 현재 수요량의 2배로 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달러에 이르는 90년대 중반이면 3배가 된다는 것이다. 대응책이 서지 않는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재 한우 및 도입육우의 사육마리수는 총l백70만마리. 하루소비량 2천마리를 늘리지 않고 나가더라도 2년여의 기간만 지나면 소가 씨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자명한 얘기가 나온다.
쇠고기를 수입해서 부족량을 메우는 근본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입쇠고기로 공급부족량을 메움으로써 국내소를 덜 잡아먹어 한우증식기반을 점차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쇠고기수입은 전량축협이 담당하고 있다.
수입가격은 t당 3천3백달러. 26개 포장육공장에. 공급하는데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남은 마진은 전액 축산진흥기금에 넣어 77년부터 시작된 육우도입에 투입하고있다.
한우증식기반의 조성과 아울러 쇠고기를 수입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당면 경제시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때문.
쇠고기는 농축산물 중에서는 쌀 다음으로 큰 물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니 물가에 과민한 정부로서는 수입을 해서라도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내쇠고기 값은 일본의 2분의1이하로 안정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게 바로 돼지고기다. 본래부터 쇠고기선호의 오랜 습성이 남아있는터에 쇠고기 값까지 별로 비싸지 않으니 돼지고기소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국민경제성장과 소득향상에 따라 돼지고기의 절대 소비량은 많이 늘었다.
73년에 9만t 소비되던게 83년에는 26만8천t으로 3배를 소비하게 됐다. 전체고기 중 10년 전엔 돼지고기가 48% 소비됐으나 작년엔 54%로 늘었다.
그러나 양돈은 외국 사료곡물에 민감한 국내사료 값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돼지는 대가축인 소와 달리 순환이 빠른 소가축인데다가 다산성이기 때문에 사육마리수의 과다가 무상하다.
호경기를 맞으면 과잉양돈에 따른 과잉공급이, 경기가 나쁘면 공급부족현상이 차례로 빚어진다. 돼지사이클을 보면 호황에서 다음 호황으로, 또는 불황에서 다음 불황으로 이어지는데 보통 2년내지 2년6개월이 걸린다.
이에 따라 73년부터 77년까지 3천∼8천t씩 수출하기까지 했던 돼지고기가 78년에는 공급부족 때문에 6천t이나 수입했는가하면, 79년에는 사육마리수가 3백27만마리가 넘었다. 이때 돼지 값은 성?마리당 3만7천원까지 떨어져 농가에서는 새끼돼지를 내다버리기까지 했다.
그러던 돼지는 80년말 다시 곤두박질, 1백65만마리로 크게 줄어들어 가격면에서 호경기를 누리게됐고 작년 여름 돈콜레라로 사육마리수가 줄고 연말, 신·구정의 소비증가까지 겹쳐 파동이 일자 정부는 연초한때는 고육지책으로 수입까지 검토했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양돈붐이 불붙어 현재 돼지수는 3백18만마리로 사상최악의 해였던 79년의 3백27만마리 기록에 육박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연말엔 4백만마리가 될 것이라며 농수산부는 양돈농가에 경고와 엄포와 호소를 연발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한층 절실하게 느끼는 아쉬움은 육류수급과 가격에 대한 정부시책의 안일이다. 부족해서 수입하는 것이야 불가피했더라도 국내자급이 가능한 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소비촉진에 미흡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또 돼지고기값이 뛴다고 해서 수입쇠고기 값을 돼지고기 값과의 차이가 근당 불과 6백원밖에 안되는 2천9백원으로 끌어내리는 식의 가격정책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보기에는 즉흥적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소비촉진에 적극자세를 취해 홍보·유통개선 등에 나섬으로써 돼지고기소비가 부쩍 늘고있고, 특히 돼지고기 포장육은 한해사이에 97%나 늘고있다. 그리고 현안으로 돼있는 과잉양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산진흥기금에서 2백억원을 확보, 돼지가격이 경영비수준이하로 떨어지면 수매·비축할 계획이며 아울러 대일수출 등의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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