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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신설은, 미·일식경영으로 새바람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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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년과 올해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이 설립되면서, 국내 금융판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기존 5개 시중은행들이 정책금융의 끄나불에 매여있는데다 부실채권에 허덕이고 있을때 신설은행들은 철저한 상업주의를 내세우며 선진금융기법을 과감히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식과 경영 경쟁>
신한은행이 겉에서 풍기는 스타일은 흡사 일본도시은행을 연상케한다. 고객이 어색할 정도의 깍듯한 인사로 시작되는 이색 서비스와 예금종류에 관계없이 아무창구에서나 재빨리 처리해 주는 일본식 금융방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말석 시중은행으로 문을 연 한미은행은 기존 은행조직과는 달리 고객별 전담번사역제도를 도임, 10명의 심사역이 특정 고객의 신용조사와 대출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미국BOA와의 합작인 한미은의 「미국식 은행경영시스템」과 재일교포들이 투자한 신한은의 「일본식 경영」은 기존 시은의「한국식 경영」 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합작은행인 한미은은 지난81년2윌 「클라우슨」미BOA총재가 방한, 재계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하면서 구체화되었다. 정부가 금융산업의 국제화·현대화를 촉진하고 와국 자본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합작은행 설립을 적극 지원하자 대우·삼성·대한전선·럭키금성·한진·국제상사등 6개사가 지분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재계의 사전협의와 정부의 직권조정으로 대기업들의 지분율은 대우가 9% 삼성 쌍용 대한전선이 7%, 삼미 진로 태평양화학 고려합섬등이 l∼3%로 낙착되었다.
정부는 한국측의 총지분율이 51% 이상으로 경영권을 쥘수 있도록 BOA측과 협의를 벌였으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쳤다. 결국 한미은의 국내기업 지분권은 50.1%, BOA측은 49.9%로 매듭을 지었으나 경영권은 미국측에 넘겨주었다.
한미은의 상임위원회는 한국측이 3명, 미국측이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이 6년동안은 선진금용기법을 받아들인다는 취지에서 BOA가 계속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약속되어있다. 7년째에는 한국측 상임위원 1명이 늘어나 경영권을 갖게된다.

<경영권은 boa에>
작년7월 자본금 2백50억원으로 출발한 신한은의 주주들은 일본 관서·관동지방에 살고있는 4백여명의 재일교포들이다. 대주주래야 지분율이 0·25%에 지나지 않는다. 한사람의 출자액이 최고 6억2천5백만원. 특정인의 과다한 지분소유를 막기 위해 출·자액을 공평하게 배분한것이다.
은행금리의 대폭적인 인하와 실명제 실시등으로 저축환경이 근래에 드물게 나쁠 때 신한이 문을 열자 『조랑말이 뛰면 얼마나 뛰겠느냐』 고 기존 시중은행들이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으나 이들의 예상을 깨고 신한은이 작년에 2천2백만원의 영업이익(기상각후 9억5천만원적자) 을 내고 자금사정이 악화된 작년말에 콜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여유까지 보이자 긴장하기 시작했다.『어려운 문제들이 있으면 임원회의를 열어 바로 결정을 내립니다. 주주들이 많긴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간여하는 일은 없읍니다.
기존은행에서 스카웃돼온 직원들이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도록 무척 신경을 쓰고있지요.
일단 정당한 절차를 밟아 대출한 것이라면 나중에 회수가 안된다 하더라도 지점장한테 책임을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책임만 지우려들면 담보위주의 대출이 되어서 좋은 고객을 확보하기 힘듭니다』 라고 김세창 신한은행장은 설명했다.
한미은과 시한은의 경영은 여러가지면에서 독특하다.
한미은의 경우 회의가 찾다. 어지간한 입이라도 김만제행장과 BOA측의 「요카트」부행장및 임원들이 모여 구수회의를 열고 이를 문서로 남긴다. 철저한 회의제운영이다.

<신한,1백30억원 증자>
모든 회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매주 목요일 아침에는 모닝 미팅이라하여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된다. 17명의 한국측 주주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공식회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은행측은 밝혔다.
한미은행을 시중은행이 아닌 외국은행으로 착각한 고객들이 많아 PR지를 뿌리며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펴나가고 있다. 내년에는 TV광고도 구상하고 있다.
신한은 은행장과 행원사이에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 각 부서에서 한사람씩 교대로 뽑힌 행원들이 은행장과의 아침식사를 통해 애로사항과 경영개선점을 건의하도록 하고있다.
전산시설을 강화해 고객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예금종류를 바꾸어주는 종합통장제도를 곧 내놓을 방침이다 신한은 24일에 1백30억원의 추가 증자를 서두르고 있어 지금까지 참여하지못했던 재일교포들이 투자기회를 노리고있다.
한미은행의 설립추진과 때를 같이해서 현대·동아·선경등 중동진출 재벌들은 오일 머니의 국내유치가 유리한 입장임을 내세워 중동과 합작은행설립을 추진했다. 선경은 알 사우디아라비아은행과, 미강은 내셔널 코머스뱅크와 손잡고 합작은행 대주주가 될 꿈을 꾸었으나 원유가격하락과 중동시장의 침체등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건설업체들이 끈질기게 요청해 왔던 건설은행은 여러가지 점에서 정부와 의견상충을 일으켜 당초의 구상은 다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를 특정 목적에만 대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건설업체에 대한 지급보증이 큰 위험을 안고있는데도 이를 1개은행이 전담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는게 정부의 주장이다.
몇몇 기업들이 생각하고 있는 업종별 은행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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