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단기적 경기부양책 찬성 못 해” … 최경환 성장론과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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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부양책에 반대다. 기업·성장만 중시하고 경제민주화·복지를 소홀히 하는 것도 찬성할 수 없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현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유 원내대표는 정부의 단기부양책에 대한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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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원내대표는 보수주의자로 통하지만 경제·사회 분야에선 중도적 정책을 강조해 왔다. 유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들어 유일하게 맡았던 당직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사회적 경제 기본법’도 대표 발의했다. 야당도 지난해 10월 비슷한 법안을 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 측, 특히 최 부총리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관료 출신의 최 부총리는 성장과 대기업을 중시한다. 경제부총리에 취임한 뒤엔 재정 확장을 통한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추진해 왔다. 여권 내에선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 사이에 생각이 다른 점이 많아 어떻게 경제정책을 조율해 나갈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같이 저성장이 고착화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단기부양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정 건전성만 해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가 공들여 온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대한 평가도 후하지 않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증세는 없다”는 최 부총리와 다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중부담-중복지”라고 밝혔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세금을 당장 올리자는 건 아니다. 증세와 복지에 관한 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유 원내대표는 대기업 개혁을 중시하지만 최 부총리는 대기업과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당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많겠다”는 질문이 나오자 “김무성 대표도 (변화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의 경제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여권 내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내의 한 경제통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성향상 당에 중도적 색채가 많이 가미될 것”이라며 “큰 틀에선 몰라도 세세한 정책에선 최 부총리와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미국 위스콘신대(박사) 동문이면서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2007년 박근혜 경선 후보를 함께 도운 ‘동지’였다. 하지만 TK(대구·경북)지역의 차세대 주자라는 측면에선 라이벌 관계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최 부총리는 친박의 핵심으로, 유 원내대표는 탈박의 간판으로 각기 다른 정치 노선을 취했다.

이가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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