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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이네 투어, 골목길 공연 … 부산 국제시장 즐길거리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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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토·일요일 오후 4시 부산 국제시장 내 꽃분이네 가게 앞에 가면 6·25전쟁 당시 흥남 철수를 배경으로 한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를 들을 수 있다. 국제시장에서 탕제원 가게를 운영 중인 ‘국제시장 가수’ 최규식(56)씨의 노래다. 그는 영화 ‘국제시장’이 히트하자 지난달 초순부터 주말이면 무료공연을 펼친다. ‘부산갈매기’‘경상도 아가씨’ 같은 부산 노래와 자신의 노래 ‘국제시장’ 등을 20여 분간 들려준다. 구성진 그의 노래에 관광객의 앙코르와 박수가 쏟아진다. 그는 “관광객 인기에 힘입어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고 자랑했다.

 영화 주인공 덕수의 가게인 잡화점 ‘꽃분이네’에선 감독 윤제균과 배우 오달수의 사인이 담긴 머그컵과 ‘꽃분이네’ 글귀가 새겨진 손수건·스카프 등을 판매 중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신미란(37)씨가 자체 제작한 기념품이다. 최근 권리금 인상으로 폐업 위기에 몰렸던 꽃분이네를 살려야 한다며 이들 물품을 사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영화가 히트한 이후 달라진 국제시장의 한 풍경이다. 부산시 중구가 국제시장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한 사업을 착착 진행한 덕분이다. 중구는 이미 두 종류의 관광지도 5000매씩을 제작해 전국 관광안내소 등에 배부했다.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 등 영화 촬영지와 중구의 쇼핑·역사를 주제로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 지도다. 국제시장 일대 도로에는 촬영지 17곳을 소개하는 지름 120㎝의 원형 스티커가 붙어 있다. 1~17번까지 순서대로 돌면 중구의 웬만한 관광지를 모두 즐길 수 있다.

 국제시장 상가에서는 그림엽서도 판다. 지역 화가들이 꽃분이네 가게와 영도대교·자갈치시장 등을 그림으로 그려 만든 엽서다. 6매 한 세트에 5000원이다. 꽃분이네 가게의 현 간판은 실제 영화에 나온 기장군 세트장의 간판으로 곧 교체될 예정이다. 중구는 또 국제시장 1공구 2층의 빈 점포 20여 곳에 영화세트장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꽃분이네와 함께하는 국제시장’ 투어도 인기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무료로 이야기꾼 할배·할매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국제시장 일대 명소를 2시간가량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평일엔 30여 명, 주말과 휴일엔 100명 이상 몰린다. 참가 신청은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bto.or.kr)에서 받는다.

 오는 16일에는 부산 출신인 윤제균 감독과 배우 오달수에게 명예 구민증도 준다. 장인철 중구 문화예술담당은 “부산을 빛낸 사람들인데 두 분을 잘 모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민증 전달식에는 중구민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할 예정이다.

 국제시장 관광객은 크게 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국제시장이 개봉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부산역에서 KTX를 이용한 승객은 9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만 명보다 10만 명(11.8%)이나 늘었다. 또 부산도시철도 부산역 승차객은 78만 명에서 81만5000명으로, 남포동 하차객은 102만 명에서 107만 명으로 각각 늘었다. 부산역 등은 국제시장 길목이다.

 부산시는 중구와 별도로 국제시장 일대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컨설팅을 한국유통과학연구소에 맡겼다. 다음주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토론회 등을 거쳐 사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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