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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아닌 배려해야 살아남는다"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존

중앙일보

입력

[큰고니, 사진 중앙포토]

철새들이 줄지어 이동할 때 맨 앞자리를 서로 번갈아가며 교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의 베른하르트 보엘클 박사 연구진은 2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힘이 가장 많이 드는 맨 앞자리는 한 마리가 계속 리드를 하는 게 아니라 교대를 하는 방식으로 전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붉은볼따오기 14마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센서를 장착했다. 비행시 각각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따오기는 평균적으로 비행시간의 32%동안 다른 새의 뒤를 따라갔다. 놀라운 점은 각각의 철새가 맨 앞으로 나서는 시간이 동료의 도움을 받는 시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즉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철새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동물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유전자로 진화됐는데 협력하는 모습은 수수께끼"라고 밝혔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의 생존 방식도 따오기와 비슷하다. 펭귄은 영화 50~60도의 혹한 속에서 수백~수천 마리가 몸을 밀착해 체온을 나눈다. 이때 안쪽과 바깥기온의 차이가 10도 이상 난다고 하니 맨 바깥에 있는 펭귄은 체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3년 말 독일 과학자들은 펭귄들이 원을 그리며 바깥 동료를 안으로 보내고 다른 펭귄이 자처해서 밖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생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야생동물의 세계에서 초식동물은 사자 등 맹수가 나타나면 살기 위해 도망친다. 도망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생존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얼룩말은 어린 종족을 보호하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엉덩이를 밖으로 하여 원을 그리며 서로에게 의지한 채 뒷발 차기로 공격적인 방어를 한다. 얼룩말의 방어에 사자 등 맹수가 함부로 덤벼들지 못한다. 얼룩말도 생존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은다. 동물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배려’가 필수다.

이진우 기자 jw8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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