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조현아 징역 3년 구형…12일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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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左), 조현아(右)

검찰이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항로변경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여모(57) 대한항공 상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모(54)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검찰은 “항공보안법 제정 당시 참고한 국제조약에 따르면 항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진행방향’을 의미하고, 운항은 승객 탑승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고 제시했다. "이번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이 항로를 변경해 정상 운행을 방해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하기(下機)' 지시와 폭행 사실은 일부 인정했지만 항로 변경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내리라고 한 것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비행기를 세우라는 게 아니라 비행 준비를 중지하라는 뜻이었다"고 맞섰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에게 욕설과 삿대질을 하며 파일철을 집어던진 행위에 대해선 “경솔한 행동이었고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했다. 다만 박창진(44) 대한항공 사무장의 손등을 파일철로 내려친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또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 등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견과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매뉴얼을 갖고 오라고 했는데 이후 제대로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 뒤의 일은 제 잘못”이라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은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인권 유린'이라고 표현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이) 야수가 먹잇감을 찾듯 이를 갈며 고함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업무 복귀 후 '관심 사원'으로 관리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실제 그런 시도가 있었다. 복귀 후 함께 비행한 적이 거의 없는 승무원들과 일했고, 계속 새벽 비행 일정이 잡혔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여 상무 측 변호인은 “비행 일정은 컴퓨터로 무작위로 정한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12일 열릴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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