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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유승민 경계령 … “우리가 할 말 선점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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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시대를 같은 고민하면서 살아온 귀한 친구죠.”

 2일 오후 1시40분 국회 본청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우윤근 원내대표가 유승민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맞이하며 한 말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우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를 향해 “저랑 17대 국회에 같이 들어왔고, 76학번 동기라 동갑내기 모임도 같이했다”며 “좋은 여당 지도부를 만나 행운”이라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도 협상파트너인 우 원내대표를 향해 “ 합리적이고 훌륭한 분이라는 좋은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며 “여야 간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우 원내대표 말고도 야당의 평가는 후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생의 정치를 하는데 딱 맞는 분”이라며 “지금처럼만 한다면 당도 살리고 나라도 살리고 대통령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분위기와는 달리 이날 시작된 2월 임시국회의 과제는 험난하다.

 새정치연합은 8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한다. 양당 모두 새 지도부가 호흡을 맞춰 현안을 풀어야 한다. 당장 9~10일 예정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11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미경 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25일부터 3일 동안 이어질 대정부질문에선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불거진 ‘증세 없는 복지론’을 둘러싸고 야당의 공세가 예상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안 처리도 지난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이지만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있어 난항할 소지가 있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문제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대통령의 시간』) 발간 이후 새정치연합 친노그룹의 기류가 좋지 않아 유 원내대표로선 부담스러운 과제다.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이 예전보다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 일각에선 비박계에 가까운 노선을 걸어온 유 원내대표를 두고 경계심도 표출되고 있다. 박지원 후보는 이날 유 원내대표 당선 직후 트위터에 “우리가 할 말을 그분이 선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유 원내대표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노선을 비판하며 법인세도 손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가리켜 자칫 야당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민병두 원장은 “유 원내대표가 그간 세제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면 여야 간 조세제도 개혁 논의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야당이 지난 대선 때처럼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선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야당의 비전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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