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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비비안 리 “당신은 제 인생의 모든 것” 연서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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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40년 열린 제1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비비안 리가 연인이던 로렌스 올리비에를 다정하게 쳐다보고 있다. [중앙포토]

“당신을 향한 강한 욕망에 잠에서 깼다오. 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원하는지….”

 영국의 유명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1907~89년)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비비안 리(1913~67년)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1936년부터 67년까지 올리비에와 리 사이에 오고 갔던 격정적인 편지가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됐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여 통의 편지는 영국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세기의 연인으로 불린다. 모두 배우자가 있었지만 둘 사이를 갈라 놓을 수는 없었다. 둘은 각자 이혼하고 40년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직후 리는 심각한 조울증 증세를 보였고 히스테리를 자주 부렸다. 폐결핵까지 앓아 연기를 중단하는 일도 잦았다. 56년 영화 ‘왕자와 무희’ 촬영 때 리는 촬영장에 난입해 소리를 지르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남편 올리비에와 여주인공 메릴린 먼로와의 애정 연기를 견딜 수 없어서다. 올리비에는 리의 이상 행동에 지쳐갔고 둘은 60년 이혼에 합의했다.

각자 배우자가 있었음에도 두 사람은 격정적인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 그 해 2월 각자 이혼하고 6개월 뒤 결혼했다. [중앙포토]

 이런 사랑의 부침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랑이 싹튼 초기 올리비에는 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며 ‘당신의 팬티’ 따위의 성적인 묘사도 서슴지 않았다. 39년 4월 23일자 편지에서 올리비에는 “나는…알몸으로 앉아 있다. 당신을 갈구하는 내 마음이 너무 강렬하다”고 썼다. 그러나 동시에 스캔들이 날 것을 우려해 “주목받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어도 올리비에는 리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했다. 45년 편지에서 그는 “당신을 향한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당신을 향한 내 열망은 불쌍할 정도”라고 썼다. 리 역시 50년 8월 1일자 편지에서 “이제 당신은 제 인생의 모든 것이 됐네요”라고 답했다.

 둘의 사랑은 세월이 흐르며 식어갔다. 이혼한 직후인 60년대 초 올리비에는 편지에서 “서로를 놓아준 것에 감사한다”며 “새로운 사랑 잭 메르빌과 새 출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리는 올리비에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63년 2월 11일자 편지에서 리는 “사랑하는 래리, 당신의 편지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당신은 모를 거에요”라고 썼다. 올리비에의 반응이 없자, 리는 66년 올리비에의 부인에게 “셋째 출산을 축하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올리비에는 이에 격분해 “다신 내 편지를 못 받을 줄 아시오”라고 리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리가 폐결핵이 악화되며 사경을 헤매자 리가 죽기 5주 전인 67년 3월 28일 올리비에는 젊은 시절의 추억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진심으로 사랑을 담아, 당신의 래리가.”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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