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은폐·변명 … 앞선 기업에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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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에 대해 대중은 기업명을 변형하여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심한 경우 회사명을 바꾸라는 주장까지 한다. 이와 같은 이름 논쟁은 유치한 면이 없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논란을 초래한 사건과 더불어 ‘실수’와 ‘사고,’ 또는 ‘착오’와 ‘우연’으로 인한 하나 이상의 후속 이슈나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연이은 이슈나 위기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일반 대중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으로 논란과 비난을 증폭시킨다.

 기업에 발생한 위기는 평판에 영향을 미치고, 평판은 다시 위기관리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평판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조직과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므로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을뿐 아니라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평판이 좋은 기업의 경우 그들의 주장에 대한 대중의 수용도가 높을뿐만 아니라 한 번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에 대해서는 그 우호적인 평판을 유지하려는 대중의 관성으로 인해 실수나 사고도 덜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긍정적인 면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부정적 평판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위기의 반복적 발생은 평판을 진정 악화시킨다. 위기가 반복될 경우 위기에 대한 고정감이 증가되고,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사고라 할지라도 조직의 잘못으로 인식된다. 특히 내부인이 관련된 사고나 결함, 비행·비리와 같이 사전 예방이 가능한 위기가 반복될 경우 기업이 방치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여겨 그 책임성을 높게 인식한다. 또 위기는 대중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사건과 함께 평가되기 때문에 나중에 발생한 사건은 이전 위기의 연장선 상에서 해석된다.

 조직 내외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경쟁 심화,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확대 및 발전과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부정적 정보의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위기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PR 부서의 위기관리 기능은 강화되는 추세지만 최근 기업들의 대응 현황은 PR 기능 제고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평판 관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은 침묵 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사건의 본질을 숨기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해명을 늘어놓는다. 소위 ‘피할 건 피하고(P) 알릴 것만 알리는(R)’ 구태스런 PR 활동과 대응으로 위기를 악화시킨다. 위기의 연속 고리를 끊지 못하는 근시안적 대응은 대중의 의심과 회의를 키우고, 부정적 평판을 확대시킬 뿐이다.

 정보 통제와 왜곡, 은폐가 불가능한 오늘날 환경에서, 기업은 ‘눈’과 ‘귀’를 열어 기업 환경과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평판을 고려한 위기 대응으로 그 이름을 지켜야 한다. 최적의 전략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잘못이 있을 경우 솔직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부적절한 조직 운영과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바로잡는 것만이 이름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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