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앞선 LPG자동차 기술 … 못 살리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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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킴벌 첸
세계LPG협회 회장

원유시장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그 동안 세계 경제는 중동이 결정하는 원유가격에 휘둘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그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미국산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면서 저유가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셰일 혁명’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셰일 혁명으로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석유화학 업계는 새로운 전략 수립에 절치부심하고 있으며, 저유가로 매력을 잃게 된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에너지 시장도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경제적 기준) 시대에 들어간 것이다. LPG산업도 저유가 뉴 노멀 기조 가운데서 LPG의 미래성장산업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28일부터 이틀간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된 ‘오토가스 서밋 2015’도 전 세계 LPG 관계자들이 모여 친환경 자동차 일환으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LPG자동차의 시장현황을 소개하고, 고효율·친환경 연료로써의 LPG 역할을 모색 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서밋에서 특히 세계가 주목한 것은 한국의 LPG자동차 기술이다. 한국의 LPG자동차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4년 세계 최초로 3세대 LPI 엔진을 상용화했고, 4세대 LPG 직분사(LPDi) 엔진 역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앞선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LPG차 시장은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활력을 잃고 침체 중이라고 하니 안타깝다.

 세계는 지금 온실가스 저감의 현실적 대안으로 LPG자동차를 주목하고 있다. LPG자동차는 연료 가격이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차 대비 10% 적다. 또 최근 강력한 지구온난화 원인물질로 부각되고 있는 블랙카본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특히 각종 호흡기 질환과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동급 경유차량 대비 30분의 1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차량은 친환경성과 함께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 그린카로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논의되고 있지만 높은 가격장벽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대중화는 아직 요원하다.

 친환경 연료로써의 LPG 역할이 재확인되면서 2000년 이후 세계 LPG자동차 보급대수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 진다. 최근 프랑스 파리시가 디젤차 퇴출 선언을 하고, 영국 런던시가 디젤차에 환경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디젤차 종주국인 유럽에서 디젤차 규제가 강화되면서 LPG차와 같은 저탄소 차량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LPG자동차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오토가스 서밋에서 세계는 한국의 최신 LPG자동차 기술을 배우고 돌아갔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LPG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하게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저유가 뉴 노멀 시대에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뒤처지지 않는 방법이다.

킴벌 첸 세계LPG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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