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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가장 윤숙양, 각계손길에 눈물의 감사편지 | "아픈사람들 도와주는 간호원이 되고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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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꿈만 같아요. 정말 하느님이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도와주신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 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살겠읍니다』병든 어머니와 앞못보는 아버지, 지체부자유인 오빠를 돌보느라 고사리손에 물이 마를날이 없었던 12살「소녀가장」김윤숙양(서울상계국교6년·중앙일보8월6일자 사회면)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8년째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중풍으로 몸져 누워있던 어머니 이정희씨(48) 가 12일 경희의료원에 입원, 치료를 받게 돼 윤숙양의 소원이 풀린 것이다.
경희의료원측은 윤숙양의효심에 감동, 어머니 이씨가 완치될때까지 무료치료 해주기로 하고 12일 하오 내과병동 1618호실에 입원시켰다.
이날 이씨의 입원을 위해 이웃사람들이 모두 나섰다.
서울 상계2동 기독의원(원장고의석) 에서는 앰뷸런스도 제공했다. 태릉경찰서 상계파출소 소장 정신영경사와 윤숙양의 이웃에 사는 박달성목사 (32)는 걷지도 못하는 이씨를 업어 앰뷸런스에 태웠다.
이웃아주머니 10여명은 마치 자신들의 소원이 풀린것처럼 앰뷸런스 주위에 나와 『완전히 나아서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소녀가장은 이날도 어머니의 입원사실을 모른채 상계천으로 빨래를 하러 가 집에 없었다.
어머니 이씨는 병원응급실에서 심전도 측정등 1차검진을 받고 가슴 머리등의 X레이검사를 한뒤 곧 입원실로 옮겨졌다.
담당의사 장영운씨 (30내과) 는 『워낙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근육등이 완전히 굳어졌지만 컴퓨터검진등 정확한 원인조사를 통해 최선을 다해 윤숙양의 소원을 풀어주갰다』 고 약속했다.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간 윤숙양은 병실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면서도 『훌륭한 의사선생님들이 꼭 엄마의 몹쓸 병을 고쳐주실 것』 이라고 기쁨에 넘쳤다.
윤숙양은 어머니 곁을 지키며 팔다리를 주무르는등 간호에 여념이 없어 다른 환자가족들의 칭찬을 들었다.
간호원들도 『이 아이가 바로 12살 소녀가장』 이란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이번 여름방학은 신나는 방학입니다. 이제 쌀이 떨어져 배고파 울일도 없어졌읍니다. 개학하면 달리기시합에서 1등할 자신도 있읍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여러선생님들께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읍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아픈사람을 돕는 간호원이 되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읍니다.
윤숙양이 13일 중앙일보로 보낸 감사편지의 내용이다.
지난 1주일동안 중앙일보와 윤숙양의 집에는 온정의 손길이 그치질 않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금이 잇달아 6백만원이 넘어섰고 미국 싱가포르등 해외에서도『윤숙양돕기 모금운동』이 벌어졌다. 1백여명은 격려의 편지로 윤숙양의 힘을 북돋워 주었다.
한국야쿠르트 (사장 윤쾌병)의 「사랑의 손길 펴기회」에서는 앞으로 매월10만원씩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13일에도▲싱가포르 교포 최춘기씨가 싱가포르화폐2백달러▲제주KAL호텔직원 박재용씨가10만원▲대한통운인천지사직원일동 20만원▲명동삼계탕대표 이상열씨 오만원▲부산해운당로터리클럽회원 10만원▲도원건설 김완유씨가 10만원등을 보내왔다. 또 익명의 독자 3명이 각각 10만원씩을 두고갔다. 그중 한 아주머니는 『윤숙양이 올바르게 자라도록 돕고 싶다』 고만 말할뿐 이름도 성도 밝히지 않았다.
국민학생 황현정양(광명시 광명7동 309의24) 은 저금통을 깨 1만6천5백원을 보내왔으며 멀리 미국에서 교포 박원선씨 (44·시카고시 셰리란도 6800)도 1백달러를 중앙일보 시카고지사에 맡겼다.
박씨는 시카고의 유력일간지 선 타임즈지가 1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새로운 이민자들』 특집에 성공사례의 첫번째로 소개된 의지의 한국인이다.

<김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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