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에 힘 실어주고 책임 나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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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기 위한 해법으로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은 “내각과 여당을 일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속마음까지 알 수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DJ) 대통령이 공동정부 출범 초 김종필 총리와 독대(獨對) 형식의 주례 모임을 하고 그때그때 현안을 논의하며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나눠 준 것도 참고할 만한 사례들 중 하나로 꼽았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모든 것을 지시하는데, 이럴 거면 왜 훌륭한 인재들을 골라 내각에 배치하느냐”며 “장관들과 티타임을 갖는다고 해서 소통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 통치철학에 맞게 총리와 내각에 일을 맡기고 그 책임을 묻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명박(MB) 정부의 전 청와대 수석은 “MB 정부 당시에도 친이-친박으로 갈라져 당·청 간 소통과 조율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매주 주요 당직자, 정부, 청와대가 참여하는 당·정·청 협의회를 총리공관에서 가지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다”며 “대통령도 가끔 참석해 갈등이 생긴 부분에 대해 설명하곤 했는데, (박 대통령에게도) 이런 소통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소통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국민이 바라는 소통은 박 대통령이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 손을 잡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담화 속에 정책에 대한 비전과 콘텐트가 있어 이를 통해 진정성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지금 보여 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닌, 정책을 위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달 평균 1.72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박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 한 번뿐이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처럼은 아니더라도 더 자주 소통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분석보고서에 의존해 민심을 파악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만나고 논란이 되는 현안은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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