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많은 이들의 사랑 모아 호스피스 시설 열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보호자와 환자 상태에 대해 대화하는 심석규 원장(오른쪽).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들을 수용하는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호스피스' 회장 심석규(47.남천안제일의원 원장)씨는 다음달 1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날은 지난 4년간 축사를 개조해 쓰던 말기환자 요양시설 자리에 64개 병상을 갖춘 '평안의 집'을 준공하는 날이다.

'평안의 집' 건물 신축공사는 지난해 10월 사랑의 호스피스가 사회복지법인으로 인가를 받은 후 모은 국비 및 지방비 보조금, 기부금 등 15억원으로 시작됐다. 목욕탕.물리치료실 등 번듯한 시설을 갖춘, 중소 도시에선 보기 드문 대규모 말기환자 전문요양시설이다.

가정의학 전문의인 심 원장은 "죽음을 앞둔 이의 육체적 고통을 줄이고 정신적인 평안함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 마침내 궤도에 오르게 됐다"고 기뻐했다.

심씨가 시한부 환자들의 평안한 임종을 지켜주기 위해 이 단체를 만든 것은 1999년. 2년 후 천안 구성동 야산 기슭 5000여 평을 구입, 조립식 건물을 짓고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보살폈다. 지난해 사회복지법인으로 인가받기 전까지 이 시설의 운영은 심씨의 사재와 독지가들의 도움에 의존해야 했다. 2002년 그의 호스피스 활동에 감명을 받은 80대 할머니는 1억원의 거액을 쾌척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구성한 천안 색소폰 앙상블은 매달 이곳을 찾아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를 연다.

무엇보다 힘이 되는 것은 꾸준히 그를 도왔던 전문의 최서규(64)씨가 지난해 봄 30여 년 간 운영하던 의원 문을 닫고 복지시설 일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해서 지난 6년 동안 350여 명의 죽음을 지켜봤다.

심씨는 준공식 때 평안의 집 돕기 자선전시회를 연다. 회화 동호인 모임 '다락재'에서 국전초대작가 김진국씨 등 네 명이 그림을 그려 구운 도자기 70점을 기증했다. 심 씨는 "호스피스 시설은 후원자 및 봉사자 도움 없인 꾸려가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