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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획·탐사 공모] 20대 이상 성인남녀 78%가 '캥거루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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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유지윤(사회학과 3학년)(左), 김경현(영어영문학과 3학년)

정년퇴직을 앞둔 회사원 이모(56.서울 신림동)씨는 요즘 두통에 시달린다. 한 학기에 500만원이 넘는 큰딸의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의 무능 때문에 딸의 미래를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다"며 씁쓸해 했다.

7월 18일부터 30일까지 20대 이상의 자녀를 둔 성인남녀 18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8%가 캥거루족(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성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달 가구소득이 9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부모의 30%는 빚을 내서라도 자녀에게 용돈을 준다고 답했다.

자식을 위해 빚더미에 앉기는 중산층도 마찬가지. 전직 대학교수 고창엽(가명.76)씨는 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처분했다. 큰아들 사업자금에 보태기 위해서다. 고씨는 "돈이 없으니 자식들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일부는 자식보다 소득이 적으면서도 자식 때문에 등골이 휜다. 주부 최모(56.서울 잠실동)씨는 딸이 월소득(200만원)보다 많은 카드 결제대금에 시달리자 모자라는 돈을 내주고 있다. 그는 "멀쩡한 자식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경제적 부담은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오병훈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은 "자식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홀로서기에 익숙해져야=직장생활 3년째인 김지현(27.서울 방배동)씨는 "부모님이 주시는 여윳돈 50만원을 쉽게 뿌리치기가 힘들다"고 고백했다. 반면 부모들은 자식보다 자신을 탓한다. 다섯 명 중 세 명이 자신이 교육을 잘못시켰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자녀를 원망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25.5%에 그쳤다. 연세대 이숙현(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성년이 되면 당연히 자립해야 한다는 인식을 부모와 자식 모두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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