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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귀족부터 좀비까지 … 흥겨운 가면 축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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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겨울은 춥지 않다. 세계 3 대 축제로 꼽히는 카니발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상징물을 두개 꼽자면 곤돌라와 가면일 것이다. 뱃사공이 근사한 노래까지 들려주는 곤돌라는 어느 때에 가도 탈 수 있다. 가면은? 베네치아에 즐비한 기념품 가게에서 언제라도 살 수 있다. 하나, 수백만 명의 사람이 온갖 모양의 가면을 쓰고 광장에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장관을 보려면 2월에 가야 한다.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베네치아 카니발’이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카니발은 1월31일부터 2월17일까지, 18일간 계속된다.

카니발의 주 무대인 산마르코 광장에 모인 사람들.

#베네치아의 겨울을 달구는 카니발

이탈리아 북동부 아드리아해에 자리한 베네치아는 석호 위에 세워진 ‘물의 도시’다. 170여 개의 운하와 400여 개의 다리가 115개의 섬을 연결해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볼 것 많은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도시가 가장 한산한 때는 겨울이다. 베네치아는 북위 45도에 위치해 겨울 추위가 만만치 않다. 바닷가에 자리해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돈다. 하나 가장 추운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도시 전체가 후끈한 열기에 휩싸인다. ‘베네치아 카니발’ 때문이다.

카니발에서는 온갖 모양의 가면을 볼 수 있다.
카니발에서는 온갖 모양의 가면을 볼 수 있다.

‘카니발(Carnival)’은 기독교 전통에서 출발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부활 40일 전부터 ‘사순절(四旬節)’로 경건하게 보낸다. 예수가 광야에서 금식하며 기도했던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카니발은 금욕을 해야 하는 사순절을 앞두고 원없이 먹고 마시는 전통에서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니발은 라틴어로 ‘고기와 결별하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보통 카니발은 크리스마스가 끝난 뒤 시작해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까지 계속된다.

전세계에 수많은 카니발이 있지만 베네치아 카니발만큼 독특하고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은 드물다. 지금의 형태로 카니발이 시작된 것은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인 12세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이 아퀼레이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공물로 바친 소와 돼지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살한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다. 이어 불꽃놀이와 한바탕 춤사위로 사람들은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카니발의 하이라이트인 가면 무도회가 이어졌다.

카니발의 하이라이트 ‘천사의 강림’.

#1년간 준비한 온갖 모양의 가면 전시장

가면 무도회의 기원도 아주 오래됐다. 십자군 원정 때, 이슬람 군이 데려온 여인들이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다닌 데서 착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설도 있다. 예부터 베네치아에 침입한 외적들은 수시로 여인을 납치해갔다. 이에 베네치아 남자들이 여자처럼 가면을 쓰고 적에게 쳐들어가 여인을 찾아왔다고 한다.

카니발이 처음 시작됐을 때, 축제 기간만큼은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화려한 복장과 독특한 가면을 쓰고 마음껏 축제를 즐겼다. 지금도 축제의 마지막 주말에 산 마르코 광장에 펼쳐지는 가장 행렬과 가면 경연대회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

가면뿐 아니라 독특한 의상, 해괴망측한 분장도 볼 수 있다

가장 행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의상도 가지각색이다. 중세시대 귀족 복장부터 세련된 현대식 옷, 우스꽝스러운 복장까지 다채롭다. 베네치아 주민들에게 가면과 복장은 부와 창의성, 그리고 정교한 기술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카니발이 끝나면 바로 다음 해 복장을 준비할 만큼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축제는 넓은 광장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베네치아의 상징인 미로 같은 골목마다 가장행렬이 계속되고, 어디서나 젊은이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수많은 운하와 강 위에는 모든 곤돌라가 몰려나와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친다. 거리 곳곳에서는 카니발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달달한 과자 프리톨레(fritole)와 자잘한 파스타를 튀겨 놓은 듯한 갈라니(galani)를 판다. 카니발에서 놓쳐서는 안될 맛이다. 자세한 축제 정보는 베네치아 카니발 홈페이지(carnevale.venezia.it) 참고.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이탈리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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