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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1척만 따내도 2억5000만 달러 선박영업 '큰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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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중공업 LNG선 영업팀의 김나경(29.사진)사원은 국내에서 단일품목으론 가장 비싼 물건을 파는 여성 영업사원이다.

그는 7월말 척당 2억5000만 달러 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4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선박영업에 뛰어든 지 3년만의 일이다. 이 LNG선은 그동안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한 선박중 가장 비싼 배다.

김씨는 "5명의 영업팀이 함께 고생해 이뤄낸 일"이라고 겸손하면서도 "척당 2억5000만 달러짜리 LNG선 수주 계약서를 직접 들고 공항에 내려 귀국할때의 뿌듯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조선업은 금녀의 분야였다. 특히 선박 영업분야에서 여성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조선업체들 중 유일하게 삼성중공업에 김씨를 포함 6명이 뛰고 있다.

그의 활동 무대는 전세계다. 한달의 절반 가량은 바세계 최대 규모의 해운선사가 있는 유럽 각국은 물론 중동지역을 누빈다.

카타르의 왕족에서부터 덴마크 최대 기업 A.P.몰러사의 회장, 미국 엑슨모빌과 같은 세계 최대 오일 메이저의 사장등을 만나 상담을 한다. 해외 출장을 가면 낮에는 선주와 미팅을 갖고, 밤에는 전략회의를 한다. 팀원들과 함께 선주들과의 술자리를 마치면 12시쯤 된다. 호텔방에 들어가서 2~3시까지 수주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회사에 보낸다. 새벽에 일어나 회사에서 보내준 '전략'을 갖고 선주와의 미팅 준비를 한다. 체력관리를 안하면 견디기 어려운 직종의 하나라고 한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만드는 서류만 보통 수백~수 천 페이지다.

김씨는 "한줄도 틀려서는 안되는 계약서 작성이야 말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업무"라고 말했다. LNG선과 같은 특수선 영업분야에선 외국에서도 여성 인력이 거의 없다. 상담 대상인 선주측도 대부분 남자를 내세운다. 따라서 계약식 행사나 선주사 미팅 등에 가면 김씨가 홍일점일 경우가 많다. 처음 보는 선주가 종종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여성평등의식이 강할 듯 보이는 유럽의 선주회사 직원들도 "남자 직원을 바꿔달라"고 하기도 한단다.

또 거제도 출장과 해외 출장을 포함해 일년의 20%는 밖에서 보내는 탓에 가족의 지원과 이해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김씨는 "시부모님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다니는 남편이 항상 격려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조선 영업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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