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 칼럼

독신생활과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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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 있었던 일본 엑스포에서 이와 같은 로봇의 상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독신자가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오면 아파트 자체가 반응을 시작한다. '홈 로봇'이 아닌 '로봇 홈'인 셈이다. 로봇 홈에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이 살고 있는데 비서 로봇, 하인 로봇, 애완 로봇, 그리고 친구 로봇 등이다. 비서 로봇은 컴퓨터, 주인 위치를 인식하는 방바닥, TV 등인데 이들은 굳이 로봇이 아닌 지능형 가전제품으로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것 같은데 일본 비즈니스호텔에 가면 방의 조그만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들 위치마다 센서가 부착되어 꺼내 먹으면 자동으로 프런트에서 음료수 가격이 계산되도록 해 느낌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하인 로봇은 주인의 명령이나 위치를 인식해 조명을 켜거나 주인을 따라다니고, 천장에 붙어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은 주인의 휴대품 등을 운반하기도 한다. 공상영화의 한 장면 같다.

흥미로운 것은 애완 로봇인데 꽃잎이나 잎사귀가 움직이는 화초 로봇이었다. 이미 강아지 로봇, 물고기 로봇, 해파리 로봇, 잠자리 로봇 등은 알려져 있지만 화초 로봇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매우 단순했지만 여기에 조명과 다양한 새로운 구동 장치들을 사용할 경우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안 인테리어 로봇으로 상품화할 만하다. 최근 동향을 보면 작은 인간형 장난감 로봇들이 일본에서는 이미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성이 있는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친구 로봇으로는 요새 많이 개발되고 있는 홈 로봇이 주인을 따라다니면서 대화를 하고 시중을 든다. 독신생활에서 로봇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며칠 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로봇의 미래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가전 로봇이니 서비스 로봇 등을 설명하다가 참석자로부터 오히려 새로운 걸 배우고 왔다. "미국에서는 독신자들을 위한 섹스 서비스 로봇이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보통 공개되는 논문이나 전시회, 신문방송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필자로서는 오히려 몰랐던 정보를 듣게 된 셈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문득 10년 전의 경험이 생각났다. 로봇이 물건을 잡을 때 로봇 손이 느끼는 촉감을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 손에 그대로 섬세하게 전달해 주는 '촉감전달장치'라는 원격조종로봇과 가상현실감 기술이 접목된 기구를 개발한 적이 있다. 그때도 이러한 기술을 '사이버 섹스'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국가 연구개발과제들을 수행하느라 바빠 이런 걸 어떻게 연구하나 하고 동료들끼리 그냥 웃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가상현실감 기술은 연구 단계를 넘어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 일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평면적인 컴퓨터 화면의 세계 즉, 사이버 세계가 로봇과 결합하면 구체화된 실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넓은 활용 분야지만, 오늘 주제인 '독신생활과 로봇'에 국한하더라도 세계시장을 겨냥한 수익성 있는 연구 개발 주제로서 제안하고자 한다. 여기에 인간 형태나 기능을 모방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기술을 접목하면 더욱 실감 날 것이다.

로봇 엔지니어들은 차세대 성장 동력인 지능형 로봇을 어떻게 개발해 수익을 높일 것인가라는 주제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향후의 추세인 독신생활에 어떻게 로봇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관점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박종오
전남대교수기계시스템
공학부세계로봇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