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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뺑소니 피의자 소주 4병 마시고 운전…유족 "선처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YTN 뉴스 방송화면 캡처]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피의자 허모(37)씨가 사고 당일 소주 4병을 마시고 음주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흥덕경찰서는 30일 허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고 전날 밤부터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음주 상태에서 윈스톰 차량을 몰고 가다 사고를 냈다고 밝혔다. 허씨는 경찰에서 “사고 당시 부딪힌 물체가 사람이라기 보다는 조형물이나 자루 같아 그냥 지나갔다. 나흘 뒤 인터넷 뉴스를 통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허씨는 지난 24일 부서진 윈스톰 차량을 고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충남 천안시에 있는 지엠대우 부품대리점에 들러 안개등 커버, 라디에이터 그릴 등 부품 3개를 구입했다. 허씨는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음성에 있는 고향집 창고에서 직접 차량을 수리했다.

경찰은 윈스톰 차량을 용의 차량으로 특정한 뒤 청주를 비롯한 대전·충남 등 지엠대우 부품대리점에서 카드사용 내역을 분석해 왔다. 이 중 허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명하고 추적하던 중 지난 29일 부인으로부터 신고를 받아 자수를 이끌어 냈다.

허씨는 자수하기 7시간 전 심적 압박을 느껴 자살을 하려고 소주와 수면제를 가지고 청주시 인근 야산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은 “허씨가 경찰관에게 사정 설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휴대폰 전원을 켜자마자 부인에게 전화가 걸려와 자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허씨의 자수 소식을 접한 유족은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전했다.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강모(29)씨의 아버지 태호(58)씨는 “우리 애는 비록 땅 속에 묻혔지만 뒤늦게나마 죄를 뉘우치고 자수를 선택해 줘서 고맙다”며 “그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일 텐데 남은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신고를 해준 허씨의 부인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선처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0일 오전 1시30분쯤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강씨는 지방 사범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10월 결혼한 아내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공부를 포기하고 화물차 운전을 하며 아내의 공부를 뒷바라지 했다. 강씨는 임신 7개월 째인 아내에게 주기 위해 퇴근길에 크림빵을 들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이날 피의자 허씨에 대해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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