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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돌았던 이민 생활 … '아시아계 첫 우승'으로 자신감 얻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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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화려한 무대나 현란한 춤이 아닌 음악 자체로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한국계 호주 가수 임다미(27·사진)씨는 29일 인터뷰에서 “음악에 목숨을 거는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13년 11월 호주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The X Factor)’에서 폭발적 가창력으로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후 소니뮤직과 계약을 맺고 발매한 앨범 ‘얼라이브(Alive)’가 호주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임씨는 29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호주의 날’ 행사에서 축하 공연을 하기 위해 한국인 남편 김도연(32)씨와 한국을 방문했다. 임씨는 호주 퀸즐랜드대에서 피아노 학사, 그리피스대에서 재즈보컬 석사를 땄다.

  - 초등학교 3학년 때 호주로 갔는데.

 “당시 영어교육 열풍 속에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가 돼 한국에 있고 어머니와 두 살 어린 동생과 함께 호주에 갔다. 영어를 잘 못해 학교 친구들과 사귀지도 못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학교여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한국에서 온 나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줘 어려움을 차츰 극복할 수 있었다.”

 -‘엑스 팩터’ 우승 뒤 달라진 점은.

 “아시아계로 처음 우승했다는 점이 내게 엄청난 자신감을 줬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도 아니고, 호주인도 아닌 것 같아 어딜 가든 마음이 불편했다. ‘엑스 팩터’ 출전도 이런 불편한 마음을 이겨보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승한 뒤 호주 주류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엑스 팩터’ 우승이 아시아계에 큰 힘이 됐을 것 같다.

 “내가 출전했던 2013년만 해도 본선에 진출한 아시아계가 나 말고 1명 더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계 본선 진출자가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필리핀계 15세 여고생 말리사 펀자란이 우승했다. 나의 우승이 아시아계도 호주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확산시켰다.”

  - 소수 인종으로 살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나.

 “호주는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사회다. 나의 한국인 외모도 개성으로 존중해 준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눈이 찢어진’ 내 모습을 놀려 속상했으나 지금은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이래야 한다’는 틀에 맞추려 하기보다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도 편하고 무엇을 하든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오는 3월께 새 앨범이 나오면 호주 투어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내 목소리의 특성을 살린 고음의 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앞으로 호주는 물론, 한국·중국 등 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를 원한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영상 유튜브 Extreme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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