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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입국 사흘 만에 인사동서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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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신임 주한 미국대사(오른쪽)와 부인 리사 여사가 19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금속공예전에 참석해 리사 여사의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성 기자

"오늘이 서울 생활 겨우 사흘째입니다. 의미 있는 행사로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돼 기쁩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신임 주한 미국 대사의 부인 리사 여사가 19일 금속공예 그룹전에 참가해 서울 외교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남편과 함께 입국한 지 사흘 만이다.

금속 공예가 겸 장신구 디자이너인 리사 여사는 이날 서울 인사동 '인사 아트 플라자 갤러리'에서 개막한 '제8회 한양 금속 조형회전'에 작품 4점을 출품했다. 빨강.노랑 등 색을 입힌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만든 깃털 모양의 팔찌와 브로치를 내놓았다.

이번 전시회는 한양대를 졸업한 동문 작가들이 매년 여는 그룹전을 국제교류전으로 확대, 기획한 행사다. 리사 여사를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의 금속 공예가 19명과 국내 작가 31명 등 모두 50명이 참여했다.

리사 여사는 이날 오후 열린 개막 리셉션에 출품작과 같은 테마로 만든 귀걸이와 브로치를 달고 나왔다. 그는 "전시된 작품은 올해 봄, 주 러시아 대사였던 남편과 모스크바에서 머물 때 만든 것으로 산업용 재료를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리사 여사는 전시작 100여 점을 모두 둘러본 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아름답고 현명하면서 재치 있다"고 평했다. 옥.호박 등 한국적인 재료로 만든 작품들 앞에서는 "원더풀"을 연발하기도 했다.

부임한 지 며칠 안돼 전시회를 열게 된 데는 리사 여사의 활발한 작품 활동이 크게 작용했다. 전시회를 준비한 한양대 이형규 교수는 "올해 행사를 국제교류전으로 준비하면서 두 달 전쯤 미국 워싱턴 금속 공예가협회와 인연이 닿았고 1994~96년 협회장을 지낸 리사 여사를 소개받아 초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사 여사는 "대사의 임지가 한국으로 결정되기 전 전시회 참가가 성사됐다"며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리사 여사가 러시아 생활 당시 만든 작품 160점을 전시하는 개인전 '러시아에서의 4년'이 열리고 있다.

개막 리셉션은 버시바우 대사가 일과를 마치고 들르며 더욱 활기를 띠었다. "항상 부인의 전시회에 오느냐"고 묻자 대사는 "단 한 번도 빠진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고 재치 있게 받았다. 부인의 작품에 대해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한 단계 높아진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며 아내 자랑도 했다. 대사는 또 "러시아 생활 뒤 작품 세계가 많이 달라졌다"며 "한국 생활을 마칠 때 쯤이면 아내의 작품에 한국이 어떻게 녹아 있을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드럼 치는 대사'로 알려진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에서도 드러머로 활동할 계획이며, 사물놀이도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사는 부인을 가리키며 "이쪽은 고급 예술이고 나는 낮은 수준의 예술"이라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리사 여사는 "한.미 양국이 문화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전시회를 자주 열고 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도 전시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해외 공관을 통한 예술 홍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현대미술.공예 작품을 전시할 구체적인 계획도 갖고 있다.

'문화 외교'에 대한 열의를 가진 부부에게 외교와 문화의 관계를 물었다. "예술은 사람을 소통하게 하고 언어.종교.이념 등 모든 경계를 넘어서게 만든다. 한국 문화를 빨리 체험하고 싶다." 행사가 끝난 뒤 부부는 팔짱을 끼고 인사동 거리로 나섰다.

박현영 기자<hypark@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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