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0%대로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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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29.7%: 리얼미터 27일 조사). 취임한 지 2년도 안 돼 지지율이 국정동력의 마지노선으로 지목되는 30% 아래로 추락한 대통령은 유례가 없다. 더욱 걱정되는 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한다’(62.9%)는 평가가 ‘잘한다(29.7%)’는 평가의 두 배를 넘긴 점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져 조기 레임덕 상황이 고착될 우려가 높다.

 박 대통령도 비상한 위기의식 속에 지난 23일 ‘이완구 총리’ 카드를 비롯한 인사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계속 추락해 20%대까지 가라앉았다. 국민이 요구해 온 대대적인 청와대 쇄신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미뤄지고, ‘문고리 3인방’ 비서관들도 자리만 바꿔 청와대에 남았다. 총리 교체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에 이어 총리까지 친박계 의원이 기용됐기 때문이다. 이 총리 후보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과 대화에 힘을 쏟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작지 않다. 하지만 친박계가 총리·부총리를 독점한 내각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고, 소신껏 행정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 때 다짐한 ‘탕평인사’ 약속과도 거리가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 10명 중 5명이 ‘미흡하다’고 답변(리얼미터 23일)한 이유들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의 인사개편에 실망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골든 타임’인 올해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총리 교체로도 해결되지 않는 위기를 돌파하려면 보여주기식 소통 대신 진정한 소통으로 인사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수첩에 적힌 이름만 들여다볼 때가 아니다. 국가 혁신과 국민 통합에 기여할 능력을 갖춘 인재라면 낯을 가리지 않고 발탁해야 한다. 청와대에 신설될 정무특보단과 해양수산부 장관 등 후속 인사부터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면면으로 엄선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총리와 장관·수석들이 대통령에게 거리낌 없이 직언하고 의연하게 반대할 수 있는 환경을 박 대통령 의식 속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

 요즘 여권에선 ‘쓴소리’가 유행어다. 이 총리 후보자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유승민 의원이 앞다퉈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 말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이 보여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국정 방식 때문이다. 새 총리나 여당 원내대표가 아무리 직언을 해도 박 대통령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당·정·청 간에 갈등만 커질 뿐 아무 소용없다. 대통령이 권한을 독점하고, 총리·장관·수석들은 대통령의 말 받아 적기에 급급한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리 탁월한 인재를 발탁해도 돌아선 민심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