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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새 대통령에 키르치네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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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둔 14일(현지시간) 카를로스 메넴(72) 전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네스토르 키르치네르(53) 후보가 별도의 투표없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메넴 전 대통령은 이날 고향인 라 리오하 주(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선에 나가기엔 조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메넴 후보의 사퇴를 받아들이고 18일로 예정됐던 결선투표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게 될 키르치네르 당선자는 메넴 전 대통령의 사퇴 직후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을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약속한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메넴 왜 사퇴했나=메넴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주 초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24%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한 1차 투표에서와는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서 메넴은 키르치네르 후보에 비해 30~40%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메넴의 사퇴는 결선투표에서 키르치네르 후보에게 큰 표차로 패할 경우 그간의 정치경력에 손상을 입을 것을 우려한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현지 일간지 라 나시온은 "메넴의 사퇴는 아르헨티나의 민주주의 발전과 정치적 안정성을 해쳤다"고 논평했다.

◆신임 대통령 부담 가중=AFP.BBC 등 외신들은 "심각한 경제위기 돌파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될 키르치네르 대통령 당선자의 어깨가 메넴의 사퇴로 더욱 무거워졌다"고 보도했다.

결선투표에서 압도적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그가 메넴의 사퇴로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소의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1차 투표에서 키르치네르 당선자는 22%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현 대통령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키르치네르 당선자는 12년간 산타크루스 주지사를 지냈지만 중앙정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선거 캠페인에서 그는 자신을 '신 케인스주의자'라고 밝히며 사회적 정의에 입각한 국가 재건을 강조해 왔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교육.보건.국민연금의 국가통제 강화, 주요 산업의 국영화, 부의 재분배를 위한 세제 개혁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신은진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메넴 전 대통령의 사퇴로 사실상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左) 페론당 후보가 14일 자신의 러닝 메이트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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