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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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름섞인 우유」-.
생각만해도 역겹다.
그러나 실제 경기일원 젖소의 절반 가량이 유방염에 걸려있고 이들로 부터 짠 죽은 백혈구(고름)가 섞인 우유가 시중에 공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보고가 나왔다.
물론 처리과정에서 살균을 하고 저질품은 폐기 한다고 하지만 우유를 완전식품으로 믿고 너도나도 마시고있는 국민들로서는 놀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보충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당국」과 「관계자」들이 보여준 반응이 「우유의 고름」보다 더 기자를 불안하게 했다.
농수산부관계자는 일선의 담당자가 분명히 하지못하고 있다고 한 CMT(백혈구분리측정)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축협관계자도 『완벽한 위생처리률를 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엉뚱한 해명을 했다.
권위있는 수의과대학의 교수가 1∼2마리도 아닌1천2백여 마리의 소와 시중유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이 거짓일 수는 없다.
기사가 나간 뒤에도 당국의 반응은 『아직도 영양수준에서 뒤진 우리형편에 큰 영양원이 되고 있는 우유의 기피증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대국적인 우려였다.
당연한 얘기다.
그점에서 이 조사보고의 기사화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양이 모자란다고 「고름」을 마실 수는 없는것 아닌가.
소중한 영양원인 만큼이나 위생적이고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마실수 있게 돼야한다고 믿는다.
우유는 3대 영양소와 함께 비타민·미너럴 등을 인체가 가장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때문에 먼 옛날부터 애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일상식품으로 보편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우유를 마셨던 기록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일본에 건너간 백제인이 일본왕에게 우유 마시는 법을 가르쳐 「우유장관」(약의대신) 이란 직책을 얻었다는 기록도 있다.
최근 식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우유소비량은 급격히 늘고있다. 구미 각국과 이웃 일본에 비해서는 크게 뒤떨어지긴 하지만 한사람의 연간소비량(82년)이 평균 14.95kg에 이르고 있다. 75년의4.6kg에 비해 3배이상 늘어난 양이다. 현재 22만여 마리의 젖소가 연간 57만여t의 우유를 생산, 소비량의 거의 전부를 대고있다.
식품영양학적으로 우유는 더할 나위없는 완전식품이고, 우유의 소비증가와 이에 따른 축산진흥도 서둘러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완전식품이라는 사실을 믿고 마시는 사람이 계속 늘어난다고 해서 유방염에 걸려있는 소에 항생체를 주사하면서고름 섞인 우유를 짜내 공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유마시기 권장에 앞서 우유의 품질관리가 시급하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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