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기량 확인했지만 … 미셸 위 '프로 정신 담금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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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진 좋았는데. 미셸 위(왼쪽)가 마지막 4라운드에서 3번 홀 그린으로 이동하자 수많은 갤러리가 뒤를 따르고 있다. [팜데저트=연합뉴스]

'실격당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이지만 프로 데뷔전인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미셸 위는 8언더파를 쳤다. 정상급 선수 20명 중 4위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프로 데뷔전에서 공동 60위, 잭 니클로스(미국)가 간신히 컷을 통과한 것과 비교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우즈는 20세에, 니클로스는 21세에 프로에 데뷔했고, 미셸 위는 이제 16세다.

미셸 위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여러 차례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사용하고도 드라이브샷 거리에서 3위에 오르는 장타력을 보여줬다. 아이언샷도 대부분 핀 부근에 꽂혔고,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도 훌륭했다. 웨지로는 남자 선수처럼 강한 스핀을 걸었다. 퍼트가 좀 불안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기량 면에서는 LPGA 정상급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미셸 위는 이제 프로다. 팬들이나 언론은 이제 그를 '최고를 꿈꾸는 어린 소녀'로 대우하지 않는다. 이번 실격 파동처럼 수많은 눈이 그를 감시하며 약점이 드러나면 비난을 받아야 할 처지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부담이다. 소렌스탐을 넘어서려면 퍼트 실력을 더 키워야 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다듬어야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면이다. 골프 선수들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거액을 받고 프로로 전향한 미셸 위에게 내심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동료의 항의를 받았다. 우즈도 프로 전향 후 한동안은 동료가 전혀 말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1997년 마스터즈에서 12타차로 우승하자 비로소 다른 선수들이 그를 인정했다.

이 대회에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한 소렌스탐은 2년 연속 우승과 함께 통산 다섯 번째 정상에 올라 LPGA투어 단일 대회 최다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63년 미키 라이트 이후 42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미국의 신예 폴라 크리머가 10언더파로 2위였고, 박희정(CJ)이 9언더파로 3위를 차지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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