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치료용 냉동배아로 줄기세포 배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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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은 폐기처분될 냉동 잔여 배반포기(胚盤胞期) 배아를 이용해 세포치료용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최근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박 박사팀이 2000년 8월 이 방식의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해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지 4년 만에 특허를 받은 것이다. 현재 미국 특허청에는 미국의 위스콘신대 연구팀과 호주.싱가포르 공동 연구팀의 잔여배아 줄기세포 특허가 등록돼 있다. 이들 두 특허는 수정 직후 초기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이다. 그러나 박 박사팀은 수정한 지 5년이 지난 냉동배아 중에서 배반포기에 이른 배아를 이용한 것이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만들어진 배아는 4~5일 뒤 128개의 세포로 분열해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세포덩어리가 되는데 이때를 배반포기라고 부른다.

미국과 호주.싱가포르의 특허는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하는 확률이 10% 미만인데, 박 박사팀의 기술은 성공 확률이 40~50%에 이른다. 박 박사팀은 5년간 냉동된 배반포기 배아를 해동하고, 여기에서 세포덩어리만 빼내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효율적으로 배양하는 기술의 특허를 받은 것이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냉동배아가 아니라 인간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점막이나 귀 등에서 뽑은 체세포를 이식해 배아를 만든 것으로 박 박사와 배아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황 교수팀은 미국 등지에 특허를 출원했지만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

박세필 박사는 "황 교수의 연구는 인간복제 우려 등의 이유로 윤리적 비판을 받지만 우리 연구는 버려질 냉동배아를 이용하기 때문에 윤리 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말했다.

한편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이번 특허 획득에 대해 "아주 잘된 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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