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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연말정산 17분간 9개 질문 … 안종범 "추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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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위민관에서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새로 임명된 특보단도 함께 참석했다. 왼쪽부터 조신 미래전략수석, 신성호 홍보·이명재 민정 특보, 우병우 민정수석, 박 대통령, 김성우 사회문화·임종인 안보 특보,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올해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참모들이 근무하는 ‘위민1관’에서 열었다. 그간 수석비서관회의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에서 열려 왔다. 비서동(棟)인 위민관에서 열린 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은 가급적 자주 위민관에서 회의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그동안 많은 토론을 했지만 공개가 되지 않아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이라든가 논란이 되는 문제들은 토론 과정도 공개해 국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 오프닝만 공개하던 수석비서관회의를 토론과정까지 녹화해 공개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연말정산 파동’과 관련, “국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 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파동’이 불거진 이후 첫 유감 표명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많은 불만을 제기했다. 2월에 설도 있고 새학기를 맞아 지출할 것이 많이 있을 텐데 연말정산으로 인해 국민께 더 큰 어려움을 드리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17분 동안 연말정산 문제를 의제로 다루며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9개의 관련 질문을 던졌다.

 박 대통령이 “중산층·저소득층 근로자도 세 부담이 많이 늘었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안 수석은 “정부가 지난해 세법개정 시 5500만원 이하는 세금 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특정한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가 있어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기존의)보완책을 통해 이를 커버하고 그럼에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면 (추가로)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안 수석은 “세제개편 과정에서 출생·입양공제, 6세 이하 자녀공제 등도 함께 개편됨에 따라 고소득층이 아닌 근로자분들도 일부 세부담이 증가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올해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부담이 늘어난 일부 국민에 대해서는 분납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느냐”고 다시 물었고, 안 수석은 “지금 의원입법으로 법 개정을 준비 중에 있다. 법 개정이 2월 중에 이뤄진다면 환급받는 분들은 예정대로 환급받고 추가 납부하시는 분은 3월부터 분납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작년 연말정산 때 문제가 지적이 돼서 올해는 미리미리 대비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안 수석을 질책했다. 이런 사실은 토론 과정도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요즘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말의 새로운 뜻이 나왔는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라며 “비서실부터 앞장서 바로 내가 대학생이고, 내가 구직자고, 내가 기업인이라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핵심 국정과제 현장을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 10여 분 전에 위민관에 도착해 신임 청와대 수석·특보단과 티타임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수석·특보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잘하시리라 믿는다” “(이런저런 자리에서)좋은 말씀 많이 들었는데 말 그대로 실천되도록 해 달라”고 인사했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에겐 “여당, 야당, 정부가 모두 연관돼 있는 (자리인)만큼 서로 연락하고 문제를 해소하면서 보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회의 땐 오른편에 이명재 민정·신성호 홍보특보, 왼편에 임종인 안보·김성우 사회문화특보를 앉게 해 신설된 특보단에 힘을 실어줬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신성호 홍보특보 옆에 앉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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